합법시장 규제가 불법도박 키우는 풍선효과 강원랜드 등 평창올림픽 맞아 완화 요구
  • ▲ 강원랜드의 스물카지노 객장 모습. ⓒ뉴시스
    ▲ 강원랜드의 스물카지노 객장 모습. ⓒ뉴시스

     

    도박 중독을 예방하는 선법(善法)일까, 불법 도박판을 키우는 악법(惡法)일까. 지난 2009년 마련된 '사행산업 매출총량제'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역 특성상 평창올림픽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강원랜드가 매출총량제 완화를 시도하고 있어서다.

     

    '매출총량제'는 카지노, 경마, 경정, 경륜, 복권,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소싸움 등 7대 합법사행산업 기업들이 한 해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도박중독 등 사행산업의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국가 전체 사행산업 총량을 정하고, 전년도 판매실적 등을 감안해 사행사업별로 총량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설정·관리한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는 지난달 28일 열린 사감위 회의에서 "평창올림픽 후원 금액만큼 매출총량을 늘려달라"고 건의했다. 도박중독 예방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비합리적인 규제라는 명분을 달았다. 하지만 사감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매출총량제 완화 시도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랜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출총량제 완화를 요구해 왔다. '매출총량제'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갈수록 줄어들고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면서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870억원, 135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118억원), 15.5%(1602억원) 감소한 수치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4229억 원)과 영업이익(162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1%, 8.7% 줄었다. 이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되면 강원랜드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최소 900~1000억원 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총량제가 오히려 불법을 조장한다는 시각도 있다. 합법시장만 규제하면서 불법도박 시장을 키우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풍선효과' 때문이다. 합법 사행산업을 과도하게 규제하면 이용자들은 불법 도박으로 이동하고, 불법 도박을 강력하게 단속하면 이용자가 합법도박으로 옮겨온다.

     

    실제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행산업 매출 규모는 약 170조원을 집계됐다. 2012년 75조원에서 불과 4년만에 95조원이나 급증했다. 7개 합법 사행산업의 매출 규모(23조4000억원)와 비교해서는 7배가 넘는 수치다.

     

    전문가들도 불법도박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로 '매출총량제'를 꼽는다. "정부가 합법 사행산업의 규제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책을 오판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내 합법 사행산업 업계는 "정부 정책이 단속이 쉽지 않은 불법 근절보다는 합법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랜드 입장에선 평창올림픽은 실적부진을 만회할 더 없는 기회다. 일각에선 "강원랜드가 적극적으로 올림픽을 지원함으로써 매출총량제를 풀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원랜드와 사감위간 '빅딜설'의 배경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공공기관들과의 오찬에서 올림픽에 대한 후원을 공개 요청했다. 강원랜드는 공공기관 가운데 한전에 이어 2번째로 후원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사감위에 오는 2019년 3월31일까지 매출총량제 적용에서 제외해 달라는 제안을 전달한 바 있다.

     

    강원랜드의 올림픽 후원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동계올림픽조직위로부터 400억원을 요청 받은 상황이다. 강원랜드는 향후 법률·경영적인 판단과 주주권 보호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주주·이사·지역대표 등과 협의 과정을 거쳐 후원 규모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