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조. 2013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발표한 우리나라 불법도박 시장 규모이다. 우리 정부 1년 예산의 4분의 1에 달한다. 이 액수 조차도 추정치다. 음성화 된 불법도박의 정확한 시장규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하 경제의 큰 축인 불법도박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심포지엄이 22일 국회에서 열렸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우남·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은 이날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불법도박 확산 방지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국내외 불법도박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해외 사례를 통한 국내 정책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홍콩, 규제 풀어 합법 사행산업 양성화”
먼저 주제발표자로 나선 홍콩 경마 시행체인 홍콩자키클럽(HKJC)은 전세계의 불법 배팅에 대한 '자체 대응책'을 공개했다. 자키클럽은 홍콩의 유일한 합법 배팅 운영자로 경마, 축구, 로또 등으로 연간 미화 2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
자키클럽에 따르면, 홍콩 사회에서 불법 배팅이 범죄조직의 자금원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사회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자키클럽은 "불법 배팅업체는 높은 환급률, 공격적 마케팅, 단속을 무력화시키는 기술력 등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들은 불법 배팅 억제를 위해 먼저 가격경쟁력을 강화했다. 경마의 경우, 세제개편과 리베이트 (잃은 금액의 10%) 제공 이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또 불법 배팅 타깃이 될 만한 큰손 고객을 위한 멤버십을 운영했다. 온라인, 모바일 정보 제공이 열리면서 합법사업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사행산업을 둘러싼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불법 도박으로 쏠렸던 '검은 돈'들이 양지로 일부 돌아섰다는 주장이다. -
이어 스캇 매튜 전 말레이시아 재결의원은 말레이시아의 불법 배팅 문제점으로 인터넷과 전화 배팅을 꼽았다. 매튜 전 재결의원은 축구에 대한 불법 배팅이 성행하면서 경마 매출이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불법 배팅을 막기 위한 시행체의 노력에도 불구, 테러가 만연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불법→합법시장으로 최대한 흡수할 정책 개발해야"
강석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의 불법 시장에 대해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로 오프라인 사행성 게임업은 철퇴를 맞았지만,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법 도박이 온라인으로 도피했다"고 진단했다.강석구 박사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합법 사행산업 통제에만 몰두하면서 불법 시장은 불법 사설경마, 불법 스포츠배팅, 인터넷 모바일 배팅으로 급속히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불법시장을 합법시장으로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안으로 ▲합.불법 통합 매출 총량제 ▲합법 사행산업 경쟁력 강화 ▲사행산업 활성화 위한 세제 개편 ▲모바일 시장 대응 전략 수립 등을 제시했다.
그는 "불법 도박이 단순한 풍속 범죄가 아니라 경제범죄나 조직범죄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범 정부적인 단속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넘치는 도박 수요를 스포츠와 게임 등 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유도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우남 의원은 "합법 사행사업은 국가 재정에 기여하는 바가 큰 데, 불법 도박으로 합법 사행산업의 긍정적 효과가 퇴색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김우남 의원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발간한 2013년 사행산업백서에 따르면, 7개 합법적 사행산업의 지난 10년간 조세수입과 기금은 각각 19조9,124억원, 20조4,598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경대수 의원도 "불법 도박을 규제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불법 도박 확산에 대한 문제의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