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1만790원·43.3% 인상" vs 使 "7530원·동결"… 접점찾기 어려워
  • ▲ 최저임금위 전원회의 표결.ⓒ연합뉴스
    ▲ 최저임금위 전원회의 표결.ⓒ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도 노사 간 견해차로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가운데 캐스팅보트(결정표)를 쥔 공익위원 손에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경영계 일각에서는 올해보다 8~10% 오른 8200원대 중반에서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이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만큼 정부가 주휴수당과 일부 업종별 차등적용에 있어 숨통을 트여준다면 대선 공약인 2020년 1만원 달성을 위해 15.2% 오른 8678원도 타협할 수 있다는 견해다.

    6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5일 열린 제11차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를 대변하는 근로자위원은 1만970원(월급 환산 225만5110원),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은 7530원(월 157만원)을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최초 제시했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43.3% 인상을, 경영계는 동결을 각각 요구했다.

    노동계는 개정 최저임금법이 정기상여금 등을 산입범위(산정기준)에 포함하면서 감소하는 노동자 기대소득 보전분을 반영해 기준을 올해 최저임금보다 580원 많은 8110원으로 제시했다. 산입범위 확대로 노동계의 내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 가능성은 일찌감치 제기돼왔다. 반면 경영계는 더는 영세자영업자 등의 부담을 가중할 수 없다며 가장 열악한 업종을 기준으로 동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간 격차는 3260원이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10일부터 전원회의를 4차례 더 열 예정이다. 그동안 류장수 위원장은 오는 14일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고 밝혀왔다.

    앞으로 노사 양측이 수정 요구안을 내놓고 협상을 벌이겠으나 남은 4차례 회의에서 타협점을 찾기란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반발과 업종별 차등적용에 관한 노사 간 견해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올해도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심의촉진구간에서 최종 수정안이 나오고 결국 표결로 최저임금이 결정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노사가 대립하면 공익위원이 사실상 결정권을 쥐게 된다.

    문제는 공익위원이 물갈이되면서 진보성향 인사 위주로 편중됐다는 점이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류 위원장은 지난 5월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지적에 대해 "전문가는 비상식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며 "공익위원을 만나보고 상당히 열려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추천 위원 4명이 마지막까지 불참한다면 표결 때 공익위원이 노동계의 수적 열세를 고려해 결정표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영계 일각에서는 내년 최저임금이 8200~8300원대에서 결정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올해보다 8.8~10.2% 오른 수준이다. 2020년 1만원 공약을 달성하려면 평균 15.2%씩 올라야 한다. 내년 최저임금이 8678원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경영계 일각에선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만큼 급격히 오른다면 경영계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며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태도다.

    다만 경영계는 주휴수당의 최저임금 반영과 업종별 차등적용 요구가 받아들여 진다면 15.2% 인상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견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정부가) 외식과 이·미용 등 눈에 띄는 일부 업종의 경우 최저임금을 시범적으로 차등적용하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관건은 주휴수당이다. 소상공업계는 대법원 판례에는 주휴수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돼 있으나 근로감독 현장에서 이를 무시하는 만큼 내년 최저임금 고시에 이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마침 지난 4일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이날 대법원 1부는 근로자가 일부 승소한 임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을 파기환송 했다. 병원 야간경비원 김 모 씨는 포괄임금제로 받은 임금이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며 임금 차액을 달라고 소를 제기했다. 상고심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근로수당과 실질적인 근로시간은 다르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동안의 판례대로 주휴수당은 최저임금법이 정한 산입대상이라고 봤다. 월 급여를 계산할 때 주휴수당을 포함하는 게 바르다는 것이다. 다만 근로시간에 있어선 연장·야간근로수당에 따른 근로시간은 소정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게 옳지만,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주 8시간은 근로시간을 계산할 땐 빼야 한다고 판결했다.

    소상공업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주휴수당을 포함해야 한다는 판단에 주목한다. 주휴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면 최저임금이 20%쯤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와 관련해 준법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주휴수당의 산입범위 포함은 노동계가 추진하는 최저임금제도 개선과도 관련이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최저임금제도 개선에 합의했다. 내용에는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산입범위를 같게 맞추는 방안도 포함됐다. 주휴수당은 현재 통상임금에 빠져 있다.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산입범위를 통상임금과 같게 맞추면 근로자의 기본급이 올라간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기본급이 오르므로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산입범위를 맞추는 게 유리하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저임금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논의가 쉽지만은 않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