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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반발 속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산정기준)에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바뀐 내용은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노동계가 최저임금제도에 사형선고를 내렸다며 총파업 등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나서 앞으로 적잖은 사회적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는 28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석 의원 198명 중 찬성 160명, 반대 24명, 기권 14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최저임금의 25%를 넘는 정기상여금과 7%를 초과하는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이 뼈대다. 2024년부터는 상여금 등 전액이 모두 산입된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을 월급으로 환산한 157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25%에 해당하는 39만원과 7%인 11만원을 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각각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가령 월 상여금 50만원, 교통비·숙식비 등으로 복리후생 수당 20만원을 받는 근로자는 상여금 중 11만원, 복리후생 수당 중 9만원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최저임금 추가 인상 없이도 20만원이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경영계는 만족스럽진 않지만, 법 개정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기업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나 산입범위가 넓어졌으니 다소나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총은 나아가 "앞으로 (노사가) 이를 명분으로 인상률을 논의할 텐데 기업과 경제가 감내할 수준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위 탈퇴를 선언하는 등 앞으로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 앞과 전국 거점도시에서 총파업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법 개정에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투쟁 결의문에서 "끝내 최저임금 개악이 이뤄지면 모든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묻겠다"며 대정부 투쟁을 경고했다.
6·13 지방선거와 연계해 여당 규탄 투쟁을 벌이고 다음 달 30일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를 대정부 투쟁으로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회 앞 결의대회에 참석해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며 만원의 행복을 이루겠다던 최저임금 공약은 산입범위 확대로, 주고 뺏는 배신으로 돌아왔다"며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재벌과 자본의 이익이 먼저였던 적폐세력과 한통속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양극화가 더 심화하는 상황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폐기했는지 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사회 양극화를 심화하는 개악안이라며 폐기를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제도가 무력화돼 최저임금위 참여는 의미가 없어졌다"며 "한국노총 출신 최저임금위원 전원은 사퇴하고 모든 회의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와 여당의 후속조처에 따라 일자리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각종 노정교섭과 사회적 대화 기구로 불참 범위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미 사회적 대화 기구 불참 방침을 선언한 상태다.
한국노총은 이번 개정안이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을 훼손하지 않았는지 법률 자문을 거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과 문재인 정부가 맺은 정책 연대의 지속 여부도 검토한다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