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 국내 인사 첫 등장올 들어 공식 석상 참여… 부친 신동빈 회장과 승계 전철 유사롯데케미칼 인사도 주목… 김진엽·박인구 상무 전무 승진
  • ▲ 신유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상무.ⓒ롯데
    ▲ 신유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상무.ⓒ롯데
    롯데그룹 3세 경영 승계가 본격화하고 있다. 올 들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7개월 만에 초고속 승진하며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 

    16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는 전날 롯데지주 포함 35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3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젊은 리더십을 내세우며 세대교체를 단행했고, 외부 인사 수혈을 통해 혁신과 쇄신을 단행한 점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 신유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상무보가 상무로 승진하며 국내 정기인사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서 기초소재 영업과 신사업 담당 임원으로 발탁된 지 7개월 만의 초고속 승진이다. 그는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과 신사업인 수소 에너지, 전지 소재 관련 발굴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했다. 다만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을 뿐 역할에는 변동이 없다는 게 롯데그룹 측 설명이다. 

    롯데그룹의 3세 승계를 위한 경영 수업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1986년생 신유열 상무는 일본 게이오대학교를 졸업한 후 노무라증권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13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이수하고 2020년부터 일본 롯데와 일본 롯데홀딩스 부장직급으로 그룹에 합류했다. 롯데상사 일본 영업전략부를 거친 그는 올해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합류해 일본 기초소재 영업과 신사업을 담당해왔다. 

    신 상무의 경영 보폭이 넓어진 건 올해부터다. 그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는 신동빈 회장의 9월 베트남 출장길 동행을 시작으로, 같은 달 ‘롯데-노무라 교류회’, 10월 일본 롯데홀딩스와의 비즈니스 미팅 등 그룹 공식적인 행사 참여하며 경영 행보를 넓혀왔다. 하반기부터는 일본 롯데파이낸셜 임원으로도 재직 중이다. 

    재계에서는 신 상무의 행보가 부친인 신동빈 회장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어 3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 회장 또한 미국 컬럼비아대 MBA를 졸업하고 노무라증권에서 1981년부터 7년간 근무했다. 이후 30대 중반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한 후 한국 롯데 경영에 적극 관여하기 시작했다. 

    신 상무는 당분간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서 기존 역할을 수행하며 후계자로서 경영능력을 인정받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화학, 바이오,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신유열 상무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신 상무는 일본 국적으로 병역 문제가 남아있고 한국과 일본 계열사 지분이 전혀 없어 실제 승계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는 신 상무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한국 국적을 취득이 필수다. 국내 병역법상 38세가 되는 해에 병역 의무가 면제되는 만큼 2024년 이후 국적 취득과 함께 한국 롯데를 통한 경영권 승계를 본격화 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신 상무의 승진으로 롯데케미칼 인사에도 시선이 쏠린다. 이번 정기 인사에서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부문에서 김진엽 상무와 박인구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수업을 받게 되는 신 상무의 경영 멘토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 전무와 박 전무는 각각 1967년생이다. 김 전무의 경우 2013년 롯데케미칼 휴스턴 지사장을 지냈고 2019년 롯데케미칼 올레핀부문장을 거쳐 작년 말 기초소재사업 모노머본부장을 역임했다. 해외 주재원을 역임한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박인구 전무는 1996년 롯데케미칼 전략경영팀을 거쳐 2009년 롯데그룹 정책본부 국제실에서 인수합병(M&A)과 신사업을 주도해왔다. 이후 2018년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에서 계열사 관리와 신사업을 거쳐 2020년 롯데케미칼 이노베이션센터장, 올해부터는 롯데케미칼 전지소재사업부문장을 역임했다. 신사업 부문에서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신 상무는 현재 지주사나 계열사 지분이 전무한데다 국적으로 인한 병역 문제도 남아있어 당장 승계를 말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다만 신동빈 회장이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하며 한국 롯데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승계를 위한 경영수업에 돌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