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3억2170만원 자사주 매입 및 배당확대 정책 마련ESS, 수소 운송, 스마트 물류 솔루션 등 신사업 광폭 행보지배구조 개편 사전 작업 ‘착착’…고속 승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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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최대 과제인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선봉장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사주 매입·배당확대·신사업 확장 등 방법을 총동원해 주가를 부양 중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앞당길 경우 초고속 사장 승진이라는 파격적인 보상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전일 종가기준 주당 19만2700원으로 작년 말 16만3500원 대비 17.9%(2만9200원) 상승했다. 

    지난해 5월 한때 21만원을 돌파했던 이 회사 주가는 이후 부진을 지속해 15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현재는 19만원선 회복과 함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규복 대표의 주가 부양 노력이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30일 현대차그룹의 2022년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그는 유럽지역 판매법인장 및 미주지역 생산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친 재무·전략기획 전문가로 꼽혀 지배구조 개편 해결사 역할로 기대를 모았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고,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정 회장의 ‘캐셔’ 역할을 할 계열사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19.99%를 가지고 있으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2%에 불과하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거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는 시나리오 모두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부양이 정 회장에게 유리하다.

    이 대표는 올 1분기에만 총 3억2170만원의 자사주를 매입, 현재까지 19.8%(6470만원)의 평가이익을 실현했다. 올 1월 10일 자사주 1000주를 1억6200만원에 매입했고, 3월 6일에도 1000주를 1억5970만원에 사들였다. 현대글로비스 대표가 자사주를 매입한 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김경배 대표 이후 두 번째이자, 정의선 시대가 시작된 2020년 이후로는 처음이다.

    통상 최고경영자(CEO)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로 해석하지만, 이 대표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 의지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향후 3년간 주당 배당금을 전년도 배당금 기준 최소 5%에서 최대 50%까지 상향하겠다고 밝히고, 2022년 기말배당금을 전년 대비 50% 증가한 주당 5700원으로 파격 인상하는 주주 당근책도 마련했다.

    여기에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한 ESS(에너지저장장치), 암모니아·수소 운송, 스마트 물류 솔루션 등을 분야에서의 사업확장이 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리튬 배터리 항공운송 인증자격을 취득했고 최근 물류 자동화 솔루션 기업 ‘알티올’을 인수하는 등 신사업 전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상승 배경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뤄둔 지배구조 개편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 대표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사전 미션을 완벽히 수행한 일등공신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럴 경우 그룹 내 초고속 사장 승진이라는 타이틀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 및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분할·합병 비율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에 나섰고, 현대차그룹은 주주를 설득하지 못하고 개편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