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73.3%4개 동일 항목 줄곧 ‘미준수’…ESG 경영 둔화이사회 관련 절반 안 지켜…독립성 저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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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글로비스의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성과가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경영진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5일 현대글로비스가 최근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가운데 11개를 지켜 준수율이 73.3%를 기록했다.

    회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처음 공개한 2018년과 이듬해인 2019년 15개 핵심지표 중 10개 항목을 준수해 준수율이 66.7%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2020년에는 준수율이 73.3%로 높아졌으나 이후 3년 연속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는 것.

    현대글로비스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이사회 관련 3개, 감사기구 관련 1개 등 총 4개의 동일 항목을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항목은 준수하도록 장려한 6개 중 절반을 미준수 중으로, 이사회의 독립성 저해 및 경영 감독 기능의 약화 우려가 제기된다.

    이사회 관련 현대글로비스가 줄곧 미준수 중인 핵심지표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 및 운영’,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집중투표제 채택’이다.

    우선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은 금융당국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승계정책의 주요 내용을 문서화해 명확히 기재하도록 하는 등 더욱 엄격하게 들여다보는 항목이다.

    다수의 기업이 최고경영자(CEO) 해임·사임 등에 따른 비상상황 발생 시 즉각 이사회를 소집하고 경영 승계 지원부서를 통해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관리·평가·육성하는 등 승계 규정을 명문화하고 있지만, 현대글로비스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두지 않았다.

    현대글로비스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항목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는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를 분리 선임토록 권고한 사항이다. 과거부터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 직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된다’며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 역할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또 회사는 ‘집중투표제’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에 대해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주주는 다수의 이사 후보가 있을 때 주어진 의결권을 지지하는 이사 후보에 몰아줄 수 있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가 의결권 집중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이사를 선출,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어 장려되는 사항이다. 그러나 이를 도입할 시 대주주는 반대로 경영권 유지에 위협을 느낄 수 있어 기업들이 채택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감사기구 관련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 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 항목도 지키지 않고 있다. 이 항목은 경영진과 별개로 사내감사팀을 둬 감사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고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독립된 내부감사부서를 ‘감사팀 구성원의 인사평가 및 인사이동 시 감사위원회(위원장)의 동의를 받도록 해 경영진 단독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경영개선실, IR팀 등을 통해 감사위원회 활동을 지원만 하고 있을 뿐 별도의 조직으로 독립성을 확보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측은 “당사는 최고경영자와 주요 임원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 및 임원 워크샵을 실시하고, 주기적인 경영회의를 개최함에 따라 별도의 명문화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특별히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며 “향후 필요 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수립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지만 이사 후보 선정과 이사 선임 과정에서 소수주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정관 제17조의 2에 의거해 서면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전자투표제 시행 및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주주제안제 등을 운영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기업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 규율 강화를 위해 2017년 한국거래소 자율 공시로 최초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