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전환금 시행 이후 알뜰폰 가입자 매달 감소3월 알뜰폰 번호이동 감소폭 1월 대비 41.9% 증가금융위,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 은행 부수업무 지정 공고"무분별한 알뜰폰 진입 허용, 대기업들 출혈 경쟁 부추길 것"
  • ▲ 알뜰폰 스퀘어 ⓒ뉴데일리 DB
    ▲ 알뜰폰 스퀘어 ⓒ뉴데일리 DB
    국내 알뜰폰 업계가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으로 가입자가 감소하면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은행권의 본격적인 진출로 사실상 '고사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업체들의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1월 7만 8060명, 2월 6만 5245명, 3월 4만 5371명으로 매달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에 앞서 이통3사가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지급한 3월부터 가입자 이탈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알뜰폰으로의 번호이동 감소폭은 2월 대비 30.5% 늘었으며, 1월 대비 41.9% 증가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지난달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최대 3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인상 요구에 부응한 결과다.

    실제 알뜰폰 가입자 유출이 늘어난 것과 달리 이통3사의 가입자 순감 규모는 줄어들었다. SK텔레콤의 번호이동 순감 규모는 1월 3만 2331명, 2월 2만 6039명, 3월 1만 8608명으로 줄었다. KT도 1월 2만 7529명, 2월 2만 3691명, 3월 1만 9229명으로 집계됐다. LG유플러스 역시 1월 1만 8200명, 2월 1만 5515명, 3월 7534명이었다. 

    이통3사의 3월 번호이동 순감 규모는 1월 대비 전부 급감했다. SK텔레콤은 42.5%, KT는 30.2%, LG유플러스는 58.6% 각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입도 업계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KB국민은행이 신청한 알뜰폰 사업 '리브엠'에 대해 사전신고가 필요 없는 은행 부수업무 지정을 공고했다. 다른 은행들은 별도의 신고 절차 없이 알뜰폰 시장에 정식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앞서 리브엠은 지난 2019년 출범 이후 2만 2000원 요금제를 앞세워 42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인기몰이를 해왔다. 혁신금융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돼 금융위로부터 한정 사업 특례를 받으면서 영역을 넓혀왔다. 이에 중소 알뜰폰 업계는 거대한 자본력을 보유한 은행 등에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B국민은행은 리브엠의 요금제 가격 정책을 망 도매대가 대비 90% 이상 수준에서 책정한다고 밝히면서 '출혈 경쟁'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통상 망 도매대가의 80% 이하 수준에서 요금을 결정하고 있다. 이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커지자 기존의 요금 정책을 폐지하기로 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뜰폰 업계의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전환지원금 시행으로 이통 3사의 과점 구조가 더욱 강화된 상황에서 은행권까지 가세할 경우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리브엠의 흥행을 실감한 우리은행은 알뜰폰 통신사업자 제안 공고를 낸 상태며,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등도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알뜰폰 진입 허용은 대기업들의 출혈 경쟁만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정부가 중소기업들과 공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