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30일 사설 '방송통신위원까지 어용단체들로 채우겠다니'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는 내년 출범할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 5명 중 위원장을 비롯한 3명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나머지 2명은 관련 단체 추천을 받아 선임하도록 하는 법안을 새해 초 국회에 내겠다고 밝혔다. ‘관련 단체’의 범위는 정부 시행령으로 정한다니, 결국 정부가 입맛에 맞는 단체들과 짝짜꿍해서 나머지 2명도 손아귀에 넣겠다는 것이다.

    이 정권 들어 정권과 ‘두 몸 한 마음’으로 짝을 이뤄 정권이 내세운 각종 사이비 개혁에 전위대로 동원됐던 단체들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자리를 차고 앉게 된다는 뜻이다. 어용 시민단체에서 청와대로, 청와대에서 다시 어용 시민단체로 순환보직하듯 옮겨 다니던 행태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그대로 되풀이되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5일 처음 발표한 방송통신위 설립법안에서 대통령이 위원 5명 모두를 직접 임명하도록 했다. 그러다가 ‘권력의 방송·통신 독식’ ‘내년 대선을 위한 방송 장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존 방송위원회 위원은 대통령 선임 3명, 국회 추천 6명으로 구성돼 그 중 야당 추천 3명이 그래도 권력의 독주를 견제하게 해왔다. 물론 숫자로 밀어붙이는 정권측 위원들 때문에 견제의 제 몫을 못해 왔지만 방송위원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 수 있었다.

    방송위원회가 방송통신위로 개편되면서 위원 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면 국민들로서는 방송통신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를 판이다. 결국 국무총리 자문기구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도 지난 15일 회의에서 “대통령 전원 임명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며 국회에 위원 추천권을 주도록 정부에 권고했었다. 정권은 그러나 이 권고마저 정면으로 뒤집고 대통령이 위원 5명을 모두 임명하는 것과 사실상 똑같은 눈가림 수정법안을 내놓았다.

    방송·통신을 총괄하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만 해도 직무에 대해 의회에 직접 책임을 지는 독립규제위원회로, 위원 5명을 상원 인준을 거쳐 임명하고 같은 정당 소속 위원은 3명으로 제한해 양당이 엄격히 나누고 있다. 이 정권이 미디어융합시대에 맞춘 방송통신 산업정책 수립, 방송과 각종 뉴미디어에 대한 인·허가와 공정성 감시·규제, 공영방송 사장·이사진 선임 권한까지 갖는 방송통신위를 어떻게든 손에 틀어쥐겠다는 의도는 무엇일까. 미친 듯이 날뛰던 광란의 탄핵방송 시절을 떠올리면 절로 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