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신문 21일 사설 '포털 권력화 막아야 인터넷 생태개 산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달부터 인터넷 포털 업체들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공정위는 아예 전담팀을 꾸려 포털 업체들의 불공정 거래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대형 포털 업체들에 대한 불공정 행위 여부 조사는 시급하고도 중요한 사안이다. 공정위의 조처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포털 업체들의 권력화는 이미 3~4년 전부터 심각한 문제로 제기돼 왔으며,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포털의 권력화로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콘텐츠 제공 업체들이다.

    중소 사이트가 참신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선보이면 포털로부터 바로 제휴 제의가 들어온다. 그러나 2 대 8 수준의 절대적으로 불리한 수익배분 비율을 강요당하는 게 공공연한 현실이다. 제휴를 거절하면 포털들이 바로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애초 업체는 설자리를 잃게 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어도 포털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 창립을 주도한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는 설립 취지를 설명하면서 “먹고 살 길을 찾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름있는 디지털 카메라 전문 사이트 대표인데 오죽하면 그랬을까.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성장에는 인터넷과 통신을 기반으로 등장했던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밑거름이 됐다. 인터넷은 벤처 신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기 때문이다. 포털의 권력화는 인터넷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문화적 다양성을 사라지게 하고 새로운 벤처기업의 등장을 가로막게 된다. 인터넷 생태계가 활력을 잃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주요 업체의 점유율은 이미 90%에 육박한다. 특히 네이버의 점유율은 40% 가까이 된다. 이들은 이미 벤처기업이 아니라 절대권력을 가진 ‘공룡’들이다. 오프라인에서는 그마나 재벌기업과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온라인 쪽은 무방비 상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어떤 방식으로든 약자를 억누르게 된다. 공정위가 모처럼 칼을 뽑아든 만큼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바란다. 더 중요한 것은 한차례의 조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포털을 견제할 수 있는 구조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인터넷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