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주들 최윤범 회장 등 現경영진 지지 입장정치권 "MBK파트너스 측 공개매수 적대적 M&A"최 회장 우호세력 잇단 등장에 경영권 분쟁 안갯속고려아연·영풍 주주들 법적대응…"사익 위해 지분 MBK에 넘겨"
  • ▲ 장형진 영풍 고문(좌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 장형진 영풍 고문(좌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고려아연 창업주 집안간 경영권 분쟁 판이 급속도로 커지는 분위기다. 울산 정치권에 이어 일반 소액주주들까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현 경영진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이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운영진은 최근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고려아연과 같이 주주환원율 최고 회사는 소액주주가 작은 힘으로라도 지켜내 '동학개미'가 때로는 회사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는 사례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액트 운영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연결기준 상반기 주주환원율 71%(개별기준 61%)를 달성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2879억원으로 지난달 2055억원 규모 중간배당을 공시했다.

    액트 운영진은 "성장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 주체는 현 경영진과 현대차·LG화학·한화 등 대기업 3사"라며 "트로이카 드라이브 덕분에 훌륭한 실적이 가능했다는 평이 있고 그 주체가 현 경영진인 것은 명확해 보인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기업으로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 영풍그룹과 전자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앞선 지난 13일 장형진 고문 측과 연합전선을 구축한 MBK파트너스는 1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며 경영권 확보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 주식을 최소 7%(144만5036주)에서 최대 14.6%(302만4881주)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14.6% 지분을 확보할 경우 MBK파트너스와 영풍 지분은 47.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고려아연 경영은 MBK파트너스가 주도하게 된다.

    그동안 관련업계에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공동전선을 구축한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보다 자금력 측면에서 밀린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울산 정치권과 소액주주 등 우호세력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앞서 울산시의회와 김두겸 울산시장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단순한 기업간 갈등이 아닌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미래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상공계와 힘을 모아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치고 120만 시민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엔 울산시의회가 김종섭 의장 직무대리를 비롯한 시의원 22명 명의로 "고려아연은 50년간 울산시민과 함께 한 향토기업이자 글로벌기업"이라며 "적대적 인수합병에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이어 "적대적 M&A로 기업이 중국 자본에 넘어가게 되면 울산 고용시장과 시장 질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불보듯 뻔하다"며 "투기자본은 일자리를 창출하지도, 고용을 유지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측도 MBK파트너스와 장형진 고문 등 영풍 경영진에 법적대응을 예고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공개매수는 대표이사가 전원 구속되고 범죄와 무능경영을 책임져야 할 영풍의 장 고문과 이사 등이 중국 등 해외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와 결탁, 사적인 이익만을 목적으로 다수 주주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법인 영풍을 마치 사유재산처럼 불법행위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를 위한 이른바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면서 영풍은 회사 차원 손해를 입게 되는 반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MBK에게 넘어간다는 점에서 결국 영풍 전체 주주들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고려아연은 "개별재무제표 기준 영풍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려아연 지분을 절반이상 처분하는 내용 등의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면서 적법하고 정당한 경영판단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영풍의 개별기준 자산총액은 2조3000억원이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가치는 공개매수 가격 66만원 기준으로 3조4774억원이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이런 자산을 MBK에 모두 넘기고 그 이익 또한 MBK가 얻도록 한 것은 영풍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장형진 및 영풍의 이사들은 업무상 배임 등 형사책임과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이번 공개매수 시도를 두고 최대주주 경영권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이날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주주, 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으로 장씨와 최씨 일가의 지분 격차만을 보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인수합병은 어불성설(語不成說)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현재 영풍과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3.1%, 최씨 일가는 15.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