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31일자 오피니언면 '광화문에서'에 이 신문 허문명 논설위원이 쓴 <썩고도 염치없는 '정연주 KBS'>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KBS의 인건비 명세가 제대로 공개된 적은 없다.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련)’ 이민웅 공동대표는 “4년 전 감사 때 직원 1인당 연평균 8700만 원을 받는다는 자료가 나온 뒤 새로운 게 없다”며 “그동안 연 5∼6%의 임금상승을 고려하면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추정만 한다”고 밝혔다. 정원은 2002년 5324명에서 2007년 5560명으로 늘었다.

    한 내부 관계자는 “전체 인력 중 차장급 이상 고액연봉자가 40%에 이르지만 절반은 일이 없어 창가 자리만 지키는 ‘창가족’”이라고 털어놓는다. 정연주 사장은 1월 사퇴를 촉구하는 노조를 향해 “제주 송신소 직원 26명 중 10명 이상이 연봉 1억 원을 받고 있지만 그에 맞는 일은 안 한다고 폭로하겠다”고 했다. 조직의 방만을 방치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생각은 않고 협박으로 노조 입을 막으려 한 파렴치다.

    공발련은 2006년 5월 KBS를 상대로 경영정보공개 청구 행정소송을 내 1, 2심 모두 승소했다. 대법원도 KBS의 상고를 5월 기각했다. 이에 따라 공발련은 KBS로부터 ‘2003∼2005 제작비 집행실적’을 넘겨받았으나 도움이 안 됐다. 인건비, 제작비, 운영비 등 구체적인 명세는 없이 프로그램 옆에 총액만 뭉뚱그려 놓았기 때문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2004년 한 PD가 1760만 엔(약 1억4700만 원)을 착복한 일로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에 시달렸고 결국 회장이 사임했다. KBS에서는 2005년 4월 한 PD가 출연서류를 위조해 공금 3000만 원을, 2006년 12월 광주방송총국 회계직원이 영수증을 위조해 4년간 9억 원을 횡령했다. 2003년 1월∼2004년 11월엔 방송제작 보조요원들의 시간외 수당 명목으로 2억 원이 부당 집행됐다. 2005∼2007년 자체 감사에서 공금 횡령 등으로 지적된 것만 130건이다. 그러나 정 사장은 끄떡없다.
    KBS는 정 사장 취임 첫해인 2004년 창립 이후 최대 적자(638억 원)를 시작으로 2007년까지 1500억 원의 누적적자를 냈다. 매년 제작비를 올려줘 PD들 사이에선 “(덕분에) 제작비를 원 없이 써 봤다”는 소리가 나왔다.

    노조는 28일 “올해 적자가 1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다른 방송사들이 모두 흑자를 낼 때 유일하게 적자다. 도대체 얼마나 더 KBS를 망쳐 놓겠다는 것인가”라며 분노하는 성명까지 냈다.

    KBS는 전액 국민 세금으로 출자된 공기업이다. 수입의 40%를 국고 보조금과 수신료로 충당한다. 그러나 국민은 상세한 수입과 지출 명세를 알 길이 없다. 사장이 예산을 편성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고만 하면 끝이다. 국회의 결산승인도 형식적이다. 최선규(디지털미디어학부) 명지대 교수는 “결산보고서가 숫자만 나열돼 회계전문가조차 경영효율성을 평가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예산 자체를 국회에서 승인 받는 NHK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감사원 감사는 2004년에야 처음 있었다. 당시 감사원은 “경영의 기본이 안 된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예산편성 기준도 없고 결산승인은 너무 간단하며 경영평가도 낙제라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경영진과 노조가 잘못된 협약을 맺어도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고 한다. 

    ‘정연주 KBS’는 썩었다. 그러고도 국민 앞에 염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