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오늘이 비슷한 성향이라고 여겨지는 한겨레신문의 보도 태도를 비난하는 일이 일어났다. 미디어오늘은 16일 한겨레신문 경제면에 실린 3월 위기설 관련 기사에 대해 '다들 아니라는데 한겨레만 띄우는 3월 위기설'이란 기사를 싣고 구속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지난해부터 줄곧 주장했던 한국경제 위기 음모론에 한겨레신문이 한몫 거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겨레신문은 이날 이란 기사에서 "금융시장에 다시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한국물 채권의 부도위험지수가 급등하고,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3월에 금융기관 외화채권 만기가 한꺼번에 몰려 금융권 일각에서 '3월 위기설'이 제기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130억 달러의 엔화 차입금 가운데 10억~20억 달러도 다음 달에 만기가 돌아온다"면서 "조그마한 악재에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은 이에 대해 한겨레신문만 위기를 과장하고 있다면서 위기를 확대재생산해 불안심리를 조장하면 진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미디어오늘은 이어 3월 위기설의 원조가 지난해 11월 신동아에 미네르바의 이름으로 실린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온다 환투기 세력 '노란 토끼'의 공격이 시작됐다>는 기고문이라고 지목했다. 미네르바는 이 글에서 외환위기때 환율을 끌어올렸던 환투기 세력이 외양은 미국 헤지펀드이지만 배후에 일본 엔캐리 자본이 버티고 있는데 이들이 원화 약세와 정부 경기부양 정책을 틈타 한국을 주 타깃으로 삼아 달러를 빼내가려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에 의하면 이런 음모론을 한겨레신문이 주장하고 있다는 것.

    미디어오늘은 또 한겨레신문과는 달리 다른 매체들은 3월 위기설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며 한국일보와 서울신문이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전망은 거의없다" "3월 위기설은 기우"라고 각각 보도한 내용도 소개했다.

    다음은 미디어오늘 기사와 한겨레신문 기사 전문

    미디어오늘- 다들 아니라는데 한겨레만 띄우는 3월 위기설
    [경제뉴스 톺아읽기]일본 자금 빠져나가 위기 온다?

    한겨레가 다시 '3월 위기설'을 들고 나왔다. 한겨레는 16일 8면 "CDS 가산금리 급등… 불거지는 3월 위기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은행 외화 채무 350억 달러 가운데 3월에만 약 100억 달러가 집중돼 있다"면서 "금융권 일각에서 3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특히 "130억 달러의 엔화 차입금 가운데 10억~20억 달러도 다음 달에 만기가 돌아온다"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자체 외화 조달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모습"이고 한겨레는 "위기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지만 조그마한 악재에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3월 위기설의 원조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지난해 11월 월간 신동아에 미네르바의 이름으로 실린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온다 환투기 세력 '노란 토끼'의 공격이 시작됐다"는 제목의 기고문이다. 이 글은 검찰에 구속된 박대성씨와 무관한 K씨 등 7명의 그룹이 썼다는 게 신동아의 주장이다.

    K씨 등은 이 글에서 노란 토끼는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환율을 끌어올렸던 바로 그 환투기 세력"이라면서 "외양은 미국 헤지펀드지만 그 배후에는 일본 엔캐리 자본이 버티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이 원화 약세와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을 틈타 상대적으로 강세인 달러를 빼내가기 위해 한국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K씨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을 맞이하는 정부 대응이 현재같이 이어진다면 내년 3월 이전에 파국이 올 수 있다"면서 특히 "일본의 IMF 외환보유고 제공 등 일본계 자본의 저의를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K씨는 신동아 2월호 인터뷰에서도 "노란 토끼는 일본 전후 세대 자금인 단카이 자금"이라면서 "일본 자금의 3월 침투를 확신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네르바는 지난해 10월 말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노란 토끼가 시작된 거야, 내년 꽃피는 봄이 되면 알꺼야"라고 슬쩍 흘린 바 있다. K씨는 신동아 기고문에서 "노란 토끼가 원화 약세와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을 틈타 상대적으로 강세인 달러를 빼내가기 위해 한국을 주타깃으로 삼았다"면서 구체적으로 3월 위기설을 거론했다.

    검찰에 구속된 박씨와 신동아의 K씨가 서로 자신이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3월 위기설은 K씨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K씨는 신동아 기고문에서 "연초부터 정부의 고환율 정책을 틈타 이들이 주식과 국내채권, 부동산을 서둘러 매각해서 외환시장에서 환차익을 얻어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의 3월 위기설은 K씨의 신동아 기고문의 연장선에 있다. 세계적인 신용 경색으로 외화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계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면서 외환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주장인데 한겨레는 여기에 엔화 차입금 만기가 3월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K씨와 신동아가 제기한 음모론에 한겨레가 한몫을 거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다른 언론의 반응은 냉담하다. 일단 3월 만기가 엔화 차입금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다 굳이 한꺼번에 빠져 나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16일 "3월 위기설의 허실"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시장도 언론도 좀 진득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도 16일 3면 "3월 금융 꽃샘추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3월 위기설을 기우라고 일축한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3개월 외화 유동성 비율이 100% 수준이고 올해 들어 만기 1개월 이상 대외 차입도 100억달러에 이른다"면서 "대외 차입이 사실상 막혀 있던 지난해 4분기와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일본 차입금 10억~20억 달러는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라는 게 한국은행의 입장이다. 국내 금융기관들 충당금이나 자산 건전성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최근 외화 유동성이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작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최근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외국환평형기금 가산금리가 치솟고 있고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 역시 두달 만에 다시 1400원대를 넘어섰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외국 자본 이탈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의 징후를 예의주시하는 것과 근거 없는 위기설에 휘둘리는 것은 다르다.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할 필요도 있지만 언론이 위기설을 확대 재생산하고 나서면서 불안 심리를 조장하고 위기를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도 16일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지만 비교적 차분한 논조로 접근했다.

    한국일보는 "5개월 전, 그러니까 9월 위기설이 거짓 판명 난 직후 전혀 다른 차원의 대형위기가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가짜 위기를 진짜로 믿고, 진짜 위기는 낌새도 차리지 못했던 쓰라린 추억을 정부도 시장도 잊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근거없이 떠도는 설에 휘둘리기 보다는 위기의 본질을 짚는 깊이 있는 분석과 전망이 아쉬울 때다. 

    2009년 02월 16일 (월) 08:25:42 이정환 기자

     

    한겨레신문-CDS 가산금리 급등…불거지는 ‘3월 위기설’
    환율 1400원대·외국인 채권자금 이탈 조짐
    2월말 미·일 금융기관 결산 등 곳곳 ‘악재’

    금융시장에 다시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한국물 채권의 부도위험지수가 급등하고,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오는 3월에 금융기관의 외화채권 만기가 한꺼번에 몰려 금융권 일각에서 ‘3월 위기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15일 국제금융센터 자료를 보면, 세계 주요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5년짜리 한국 국채(외평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가산금리)은 지난 12일 3.61%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3.16%포인트에 견줘 14.2%나 급등한 수준이다. 시디에스 프리미엄은 지난해 12월초 4%포인트를 넘어섰다가 미국 새정부 출범과 주요 국가의 구제 금융 공조 덕에 지난 1월 초에는 절반 수준인 2%포인트대까지 떨어진 바 있다.

    우리은행의 시디에스 프리미엄도 12일 현재 5.80%포인트로 사흘 동안 0.64%포인트, 국민은행은 4.57%포인트로 같은 기간 0.51%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와 국내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의 신용 위험도가 커졌다는 신호로, 그만큼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조달 여건이 나빠지고 있음을 뜻한다.

    국내 외화수급 사정을 반영하는 원-달러 환율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 1달러당 1200원 선으로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1300원선을 회복한 이후 슬금슬금 오르더니 지난 12일 1400원대에 진입했다. 채권시장에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지난해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국내외 금리차가 좁혀진 탓에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엘지(LG)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국내 외국자본의 흐름 진단’ 보고서에서 “지난해 5월말 외국인 국내 보유채권 잔액은 55조원으로 2007년보다 10배 이상 크다”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외국인이 채권 순매도로 전환했고, 앞으로도 추가 이탈 가능성이 높다”라고 관측했다.

    금융권의 외화 채권 만기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은행(국외점포 제외)의 외화 채무 약 350억달러 중 3월에만 약 100억달러가 집중돼 있다. ‘3월 위기설’의 배경이다. 또 130억달러 규모의 엔화 차입금 가운데 10억~20억달러도 다음달에 만기가 돌아온다.

    반면에 국내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자체 외화 조달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도보은 금융감독원 시장감시팀장은 “2월 말부터 매달 일본, 유럽, 미국 금융기관의 결산이 예정돼 있는 등 국제 금융시장엔 악재가 지뢰밭처럼 깔려있다”며 “위기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지만, 조그마한 악재에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신용 부도 스와프 프리미엄 우리나라의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 수수료를 금리로 나타낸 것. 한국 경제의 부도위험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평가를 보여준다. 김경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