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자형이 될 것인가, L자형이 될 것인가?"

    미국의 경기침체가 예상을 넘어 강력하고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가 언제쯤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설 것인지, 경기침체가 언제쯤 끝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2010년이 '회복의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작년 4·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6.2%나 줄어들자 침체가 아니라 '장기 불황'에 대한 전망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선데이 오피니언'면에서 경제전문가들에게 "경기침체가 언제쯤 끝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이들의 의견을 실었다.

    이에 따르면 '닥터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해 침체가 8개월 지속된다는 'V자형'주장과 최소한 이의 3배인 24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U자형'주장간 논란이 있었지만, 이날 침체가 15개월째에 접어들면서 U자형임에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침체가 올해 말까지 지속됨으로써 대공황 이후 최장기간인 24개월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루비니 교수는 내년에 GDP가 증가세로 돌아선다고 해도 성장률이 1%를 넘지 못하고 실업률이 10%를 향해 높아질 것이므로 실질적으로는 침체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격적인 정책적 조치가 취해진다고 해도 2011년까지 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할 것이므로 결국 이번 침체는 36개월간 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특히 적절한 정책이 집행되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돼 U자형 경기회복 모델이 L자형의 불황(Depression)이나 일본이 1990년대에 경험한 스테그-디플레이션(스테그네이션+디플레이션)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대공황(Great Depression)' 대신 `대(大)침체(Great Recession)'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우리가 현재 이런 `대침체'속에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침체는 2분기 연속 GDP가 감소했을 뿐이지만 2년 연속 감소하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지 않으며, 이후 2년간 미미한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성장 재개의 첫 신호가 보일 때 미 경기침체의 종료를 선언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이라며 `잘못된 새벽(False Dawn)'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경기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올 하반기에는 수치상의 반등이 나타날 수도 있고 경기부양책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의 효과로 상승세가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로치 회장은 그러나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1%에 달하는 상황에서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의 거품 붕괴로 주가가 하락하고 실업이 급증해 소비지출이 급격히 위축됐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는 잘못된 시작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회복세가 1년반 동안 실업률을 10%까지 치솟지 못하게 할 만큼 강력하지는 못한 것이라면서 이를 회복이라 부르기는 어려우며 경기침체가 2010년말 또는 2011년 초까지 끝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하룻밤 새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아니며 내일 당장 회복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금이 다시 돌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치가 취해지는 한편 무너진 인프라 복구와 자금지출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회복된다면 올여름에는 경기위축 속도가 둔화되고 연말에는 일부 성장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윌리엄 풀 전 세인트루이트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시장의 자정 능력과 통화정책에 힘입어 올 하반기에는 침체가 끝날 것이라면서 하지만 시장을 왜곡시키는 구제금융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