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정부가 자국의 6개 반도체 회사들을 합병하는 방안을 철회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전세계 D램 반도체업계의 구조조정 및 생존경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1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대만정부는 통합 D램 반도체 회사 '타이완 메모리(TMC.가칭)'를 정부 주도로 설립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블룸버그는 윤계명 대만 경제부장이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완전한 통합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며 "설립 예정인 타이완 메모리는 기술 습득에 주력한 뒤 제조수요에 맞춰 대만내 현존하는 회사들의 인수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통합 회사의 최고경영자로 지명된 존 슈안 UMC 명예부회장도 "타이완 메모리는 대만내 6개 회사의 통합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정부자금도 8억7200만 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10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는 6개 회사에는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대만정부가 지난 5일 정부 주도로 6개월 안에 통합 반도체 회사를 설립하고 일본의 엘피다, 미국의 마이크론 등과의 제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불과 8일 만에 '실행 불가'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이는 대만정부가 생산라인까지 모두 통합하는 '빅뱅'을 추진하는 대신 우선 기술 획득에만 주력하는 신설회사를 설립하고, 구조조정 작업은 시장기능에 맡기는 쪽으로 궤도를 수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한계상황을 맞고 있는 난야야테크놀로지, 이노테라메모리, 파워칩반도체, 렉스칩, 프로모스, 윈본드일렉트로닉스 등 대통합 대상으로 거명됐던 6개 회사들은 시장 내에서 스스로 생존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또 대만 6개 업체와 일본 엘피다, 미국의 마이크론 등을 합해 무려 42%의 시장점유율을 갖는 거대 다국적군을 만들어 현재 업계 1위와 2위인 삼성전자(30.3%)와 하이닉스(19.4)를 뛰어넘겠다는 계획도 일단 무산됐다. D램 반도체 업계 전반의 합종연횡도 삼성전자-하이닉스-엘피다-마이크론 등 1∼4위 업체들의 순위가 당분간 고정된 가운데 대만업체들이 생존경쟁을 벌이는 형국이 될 전망이다.

    국내외 업계와 전문가들은 대만정부의 빅뱅 구상이 무산됨으로써 일시적으로 D램 반도체 공급 물량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스스로의 자정능력에 의해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돼 반도체 산업 전체의 건강성이 높아진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정부가 대통합의 비현실성을 깨달은 것 같다"며 "110억 달러의 부채를 가진 6개 회사에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파산할 회사는 파산하도록 방치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는 과잉공급 해소와 가격 상승의 효과가 있어서 산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원래 구조조정은 시장원리대로 가는 것이 순리이고, 삼성전자 등과 같은 선두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6개 업체들이 생존경쟁을 벌이면서 일시적으로 단기적인 공급물량 부담이 있을 수는 있지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