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 선언 직전 단계에 도달함에 따라 앞으로 남은 비준 절차와 발효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 이르면 내년초 협정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회 비준 절차가 남아있는데다 27개 회원국 연합체인 EU의 경우 절차가 더욱 복잡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13일 EU의장국인 스웨덴에서 열리는 프레데리크 라인펠트 총리와 정상회담 때 한.EU FTA 협상에 대한 타결 선언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타결에서 정식서명까지

    일단 양측은 가서명과 정식서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협상 타결 선언과 동시에 협상 수석대표나 통상장관이 가서명하는 경우가 있지만 한.EU FTA의 경우 가서명하기 전에 영문으로 된 협정문을 교정하고 검토하는 작업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은 가급적 이달 내에 가서명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일부 EU 회원국이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9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가서명이 끝나면 영문본을 해당국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쳐 정식서명에 이르게 된다. 한국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으면 정식서명 준비가 끝나지만 EU는 절차가 더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EU는 23개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로 이뤄져 있어 영문본을 이들 국가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친 후 EU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정식서명 준비작업을 완료한다. 정식서명 시기를 가늠할 변수는 EU가 협정문을 얼마나 빨리 회원국 언어로 번역하는가에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전체 회원국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최장 6개월이 걸릴 수 있다"며 "이 경우 정식서명은 연말께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준에서 발효까지

    정식서명을 했다고 해서 협정이 곧바로 발효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국회 비준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정식서명 후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심사과정을 거친 뒤 비준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먼저 소관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일차 심사를 거치고 의결절차가 끝나면 본회의에서 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동의안이 처리된다.

    정부는 내년초 발효를 위해 정기국회 내 비준동의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시기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한.EU FTA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처럼 정치쟁점화될 경우 비준시기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야당이 한미FTA 비준 문제에 대해 미국측 태도를 봐가면서 비준시기를 결정하자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한.EU FTA 비준안을 한미FTA와 연계시키려는 전략을 취할 경우 뜻하지 않은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

    EU는 2단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EU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EU의회는 우리나라의 여야처럼 첨예한 대결구도가 형성돼 있지 않은데다 대체로 이사회 결정을 동의해주는 경우가 많아 큰 변수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U는 의회 동의와는 별도로 회원국 각자가 국내로 돌아가 의회의 비준을 받는 절차도 거쳐야 한다.

    양측이 이런 절차를 완료하면 서로 필요한 국내절차를 완료했다는 통보를 하고, 통보한 날로부터 60일 이내 또는 양측이 합의한 날에 협정이 공식발효된다.

    ◇EU 잠정발효제도..회원국 비준전 발효 가능

    비준을 받을 때까지 필요한 절차는 한국보다 EU가 더 복잡하지만 발효는 EU가 더 손쉽게 할 수도 있다. 한국은 발효를 위해 반드시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하지만 EU는 임시발효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EU 집행위가 EU 의회의 동의나 회원국 비준을 거치지 않고도 협정의 효력개시를 선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서, EU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뒤 정식서명을 한 이후에는 언제라도 활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EU 내부의 비준절차가 끝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한국 국회의 비준절차가 끝나기만 한다면 한국 정부와 EU 집행부 간 합의를 통해 곧바로 협정이 효력을 발휘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EU의 잠정발효 선언은 회원국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용어만 잠정이지, 사실상 협정이 발효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서비스나 지적재산권 분야 일부 내용의 경우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만 발효될 수 있지만 이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협정의 1%에도 채 못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내년초 협정을 발효하려면 한국은 정기국회 내 비준동의를 받는 것이 관건"이라며 "EU 역시 정식서명을 위한 영문본 번역작업을 최대한 빨리 마치고 이사회 승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