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워치가 입수한 방문진 회의록, MBC 이사 임명 안건에 대해 '비공개'라고 기록되어있다.

    MBC가 비공개 이사회 회의를 통한 ‘밀실인사’를 감행,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코드’에 맞는 인물들로 이사진을 물갈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언론비평 주간지 미디어워치는 21일 “지난해 2월 22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제 3차 임시이사회 회의록을 입수한 결과 ‘MBC 이사 내정자 선정 결의건’이 비공개처리 돼 있었다”며 “방문진이 상식적인 이사회 의결 절차에 어긋나는 행위를 통해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MBC 이사를 선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주간지가 입수한 방문진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열린 임시이사회에서는 ‘MBC 임원 성과급 총액’ 결의건, ‘방송문화진흥회 결산 승인’ 결의권 등과 논란의 핵심이 된 ‘MBC 이사 내정자 선정’ 결의 건이 안건심의로 올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의장인 이옥경 이사장이 “임기 만료된 신종인, 윤영관 이사의 후임에 김세영, 이재갑을 각각 선정하고 이사 내정자에 김종국, 송재종, 최영근, 문장환, 박성희를 선정하기로 결의합니다”라고 말했다는 내용만 적혀있을 뿐 유독 ‘MBC 이사 내정자 선정 결의건’은 비공개처리로 돼 있었다.

    미디어워치는 “MBC 이사 내정자 선정 결의건은 안건에 올라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의사록에 상세한 내용이 기록돼있어야 한다”며 “방문진은 이를 회의록에 ‘비공개’로 규정하고 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비공개처리 논란에 대해 방문진 이사회 측은 “이사장이 비공개를 선언하면 사무처 직원들이 퇴장하기 때문에 비공개 회의의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이사회 회의록은 일단 기록은 하고, 주주들이 열람 청구했을 때 합당한 근거를 대고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지 비공개라 해서 누락시킬 수 없다”며 미디어워치에 방문진 이사회의 ‘이상한 행태’를 지적하고 나섰다. 법무법인 정률의 이지호 변호사는 “편법으로 이사회를 운영해 회의록 공개 청구 소송을 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렇게 ‘비공개’라고 이사회 회의록에 적어놓는 경우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면서, “상법 635조 1항 9에 ‘의사록 등에 기재할 사항을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부실한 기재를 한 때에 과태료 500만원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공익법인인 방문진은 해당 조항이 없어 마땅한 법적 제재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단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MBC 이사를 임명해 MBC가 재산 상 손해를 입게 됐다면 주주들이 방문진 이사장과 이사들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런 의견을 내놨다.

    엄기영, 임명된 지 1주일 만에 MBC이사 선임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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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옥경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엄기영 MBC 사장이 내정된 지 단 1주일 만에 8명 이사의 2배수인 16명 명단을 작성, 방문진이 이를 심사해 곧바로 임명하는 등 ‘속전속결’로 이뤄진 MBC 이사진 임명 과정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체에서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려면 우선 사전 조사를 통해 2배수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고 검증을 거친 후에 이사회 선임을 하는 것이 정석이다. 따라서 시간적으로 단 1주일 내 회사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임원진을 ‘공정하게’ 선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물론 엄 사장이 MBC에 오랫동안 몸을 담아왔고 새로 선임된 이사들 역시 엄 사장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기자 등 MBC 출신이 상당수라서 엄 사장이 MBC 신임 사장으로 유력시 되던 때부터 경영진 쇄신을 착실히 구상․준비해 왔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방송 비전문가들로 가득 채워진 방문진이 16명의 후보를 하나하나 1주일 만에 검증하고 임명하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는 게 변희재 미디어워치 발행인의 주장이다. 변 발행인은 “엄 사장이 현재 12명의 MBC 시청자위원을 임명하는 데도 무려 한 달 이상 걸리고 있다”면서 “MBC 이사는 어떻게 이리 빨리 임명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라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당시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이하 미발련)은 “엄 사장이 낙점한 인물을 방문진이 실질적 점검조차 없이 그대로 임명했다면 대주주로서의 권한을 포기한 것이고, 대표적인 방문진의 직무유기 사례가 될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방문진 회의록 검토 결과 형식적 결함이 드러나거나 실질적 심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들 8명의 MBC 이사 전원을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