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에도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3조원대 급증세를 보이면서 26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외국계은행은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초에 시행한 수도권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강화를 비롯한 주택담보대출 억제대책을 무시하는 영업형태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줄어들고 있어 기업 옥석가리기 등을 통해 자금이 실물로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주택대출 26개월째 증가세

    3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18개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3조원대 증가세를 보일 것이 확실시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29일 기준 7월 주택담보대출은 3조원 정도 늘었다"며 "최근 월말에 아파트 집단대출이 몰리는 현상을 감안할 때 3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3조 원을 약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던 6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규모는 집단대출이 월말에 몰리면서 3조8천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에 2조2천억 원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은 2~4월에 각각 3조3천억 원 증가했고 5월에는 2조9천억 원 순증했다.

    감독당국은 주택시장 비수기인 6월에도 담보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급기야 지난달 7일부터 수도권 비투기지역 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내렸지만,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 급증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 일부 외국계銀 당국 규제 무시

    일부 은행은 감독당국의 LTV 규제 강화 조치를 무시하는 듯한 영업 형태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35)씨는 지난달 하순 A 은행 대출상담사가 주택담보대출을 권유하기 위해 보낸 안내서를 받았다.

    이 안내서는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의 LTV 비율이 최고 60%라고 설명하면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LTV가 경우에 따라 40% 혹은 50%로 제한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7일부터 행정지도 방식으로 시행된 수도권 비투기지역의 LTV 규제강화 조치는 설명이 없었다.

    감독당국은 감독규정 변경에 아닌 행정지도를 통한 LTV 규제라도 은행들이 내규에 반영해 따르게 돼 있는만큼 LTV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 제재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순부터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시행하는 은행권 검사에서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점검하면서 LTV 등 규정 위반 여부도 점검할 방침이다.

    ◇ 중기대출 감소세…경기 악영향 우려

    반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국민, 신한, 우리, 기업, 하나, 외환은행, 농협 등 7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월 30일 현재 222조8천393억원으로 전월말보다 2조1천956억원 증가했지만, 중기대출 잔액은 345조8천343억원으로 8천347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18개 은행의 중기대출은 작년 말 이후 7개월 만에 감소할 것으로 보였다. 은행권 중기 대출은 지난 5월 3조1천억원 늘었지만 6월에는 증가 폭이 1조1천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달에는 24일까지 1조원 줄어든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반기 정부와 이행약정(MOU)을 체결한 은행들이 중기대출 목표 달성을 위해 우량 중소기업 위주로 경쟁적으로 대출을 해줬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중기대출의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당국의 부실채권 감축 지시 여파로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기대출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부실채권 1% 목표치 달성을 위해 여신 정책을 펴면 중기대출은 더 줄어들 수 있다"며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정부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가 여전히 많은데다 은행 영업이 부실채권 발생 확률이 낮은 담보대출 위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은행 자금이 부동산 시장보다 중소기업 등 실물 경제로 흐르게 하려면 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대기업의 대출 기피 등으로 자금 운용 수단이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중기대출의 위험도가 낮아지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중기대출에 나설 것"이라며 "중소기업 옥석가리기와 우량기업 지원 등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