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고질적인 공무원 부패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이 위원장은 13일 "내년부터 고위공직자와 공공기관 임원 개개인에 대한 청렴도를 평가해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공직자 개개인에 대한 청렴도 평가와 이를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 위원장은 "국가경제에서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크지만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 사례가 빈발해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문제가 있다"며 "공공기관 공직자의 청렴성 제고를 위해 주요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청렴도를 측정해 공개하고 이를 개인 및 기관별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렴도 평가 대상은 2급 이상 고위공직자와 공공기관 임원 등이 될 전망이다. 또 474개 공공기관에 대한 청렴도 평가 결과를 올해부터는 기관별로 순위를 매겨 발표되며 기관별로 발생한 부패사례와 적발 및 처벌실적 역시 점수화해 별도의 지수로 발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수사 및 기소권이 없는 권익위 기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권익위, 감사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반부패 기관 연석 회의'를 정례화하는 것을 추진키로 했다.

    국민권익위는 2급 이상 고위공직자와 선출직, 공공기관 임원 등 청렴도 평가대상 인원이 2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구체적인 평가 항목과 점수 계량화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외부용역도 발주할 방침이다.

    국민권익위는 이날 오후 계동 현대사옥에서 금융감독원, 한국전력공사 등 공직자윤리법 적용을 받는 597개 공공기관 감사를 대상으로 가진 '공공기관 감사관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는 500여 개 기관의 감사들이 참석해 이 위원장의 '파워'를 실감케 했다. 권익위가 공직자윤리법 적용을 받는 597개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회의를 마련한 것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이 위원장은 회의에서 '부패척결'을 강조한 자신의 강의 도중 호응이 적자 "박수를 시원찮게 치는 것을 보니 계속 삐딱하게 하겠다는 거냐"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져 감사들을 긴장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취임 이후 현장행정 강화를 위해 '1일 1현장 방문'을 실시하고 있으며, 오는 21일부터는 직접 이동신문고 차량을 타고 경남 지역을 시작으로 지방 방문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