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가상자산 투자 허용 첫 테이블서 빗썸만 제외‘자기자본 5% 룰’ 의견수렴 과정서 당국 거리감 재확인대여·오더북 논란 여진 … 규제 신뢰 회복 과제 부각완화 속 선별 기조 … 제도 실험 파트너 가려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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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틀었지만, 업계 2위 거래소 빗썸은 '미운털'이 여전히 박힌 모습이다. 올해 첫 핵심 안건인 '자기자본 5% 룰' 의견수렴 회의에서 빗썸만 제외되면서 당국과의 신뢰 회복이 쉽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회의 이후,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 주도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소속 거래소들과 비공개 의견 청취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두나무(업비트), 코인원, 코빗, 고팍스 관계자들이 참석했지만, 5대 원화 거래소 가운데 빗썸만 명단에서 빠졌다. 법인 투자 허용과 관련한 올해 첫 실무 논의에서 배제된 것.

    특히 회의에서는 금융위가 마련 중인 법인 가상자산 투자 가이드라인에 논의가 진행됐다. 상장사와 전문 투자 법인이 연간 자기자본의 최대 5% 범위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투자 대상은 국내 5대 거래소 기준 반기별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으로 제한하고, 변동성 완화를 위해 분할 매매와 호가 관리 기준을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2017년 이후 사실상 막혀 있던 법인 투자 문을 9년 만에 여는 조치다.

    그럼에도 빗썸이 첫 의견수렴 자리에서 패싱되면서 업계에선 당국의 불편한 기류가 여전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빗썸은 최근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운영과 관련해 업계 가이드라인을 늦게 반영해 닥사 경고를 받았고, 해외 거래소와의 오더북(호가창) 공유 문제로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점검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대여 한도를 담보 대비 200%에서 85%로 축소하는 등 사후 조치를 취했지만, 당국과의 엇박자가 누적됐다는 평가다.

    오더북 연계 사안이 제재 검토 단계로 넘어가면서 당국의 시선이 한층 엄격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해당 사안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변경 신고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빗썸과 연계됐던 해외 거래소가 미신고 사업자로 특정돼 국내 거래소들과의 접점이 차단된 것도, 당국이 해외 미신고 사업자와의 연결 고리를 선제적으로 끊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한 조치로 해석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법인 투자 허용은 올해 디지털자산 정책의 출발점"이라며 "자기자본 5% 룰을 둘러싼 첫 회의에서 제외된 것은 규제 준수와 내부통제에 대한 당국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고 말했다. 당국이 규제를 풀면서도 누구와 먼저 제도 실험을 할지 선별하는 국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최근 행보는 완화와 관리의 병행으로 요약된다. 법인 투자 허용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로 시장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거래소의 내부통제·규제 이력에 따라 정책 논의의 무게중심을 달리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국과의 신뢰가 향후 법인 대상 서비스, 스테이블코인 연계 사업 등 신사업 참여의 '보이지 않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빗썸을 영구적으로 배제했다기보다는, 아직 신뢰 회복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여 서비스, 해외 연계 논란 등을 얼마나 정리하느냐가 향후 정책 테이블 복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