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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회재정위원회의 13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유독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눈에 띄었다.
여성 의원으로서, 남들처럼 정부관계자를 윽박지르거나 강압적인 태도로 감사를 하지 않고도 자신의 주장에 정부 동의를 이끌어내고 인정을 받아낸다. 극단적 표현을 자제하면서 시종일관 차분하고 또박또박한 어투도 거부감 없이 들렸다. 이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도 큰 저항 없이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연합뉴스 
이 의원은 이날 감사에서 정부 ‘친서민 조세정책’의 실질적 혜택이 서민보다는 부자에게,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돌아가는 문제를 제기해 기재부로부터 시인을 받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대답을 얻어냈다.
이 의원은 “윤증현 장관은 어제 ‘경제가 어려울수록 특히 서민이 어려워지고 늦게 회복되니까 정책을 서민에게 트는 게 맞고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고 물었다.
윤증현 기재부 장관이 “예”라고 답하자 이 의원은 “그렇다면 조세는 기본적으로 소득재분배 기능이 매우 중시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국가 조세가 소득재분배에 미치는 영향 조사 자료를 공개했다.
그는 “이 자료에 따르면 OECD국가 평균 분배지수는 0.14였는데 한국은 0.03으로 꼴지였다”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윤 장관은 “좀 의외의 얘기”라며 동의하지 않았으나 윤 장관을 대신해 답변에 나선 김낙회 조세기획관은 이 의원이 제시한 자료가 사실임을 인정하면서 “한국 근로자 절반 가량이 면세자인 점이 있다”며 이해를 구했다.
작년과 올해 정부의 친서민 감세정책에 대한 실질적 효과도 따졌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70%가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에 대한 감세라고 했고 재정부에서도 비슷하게 얘기했다”면서 “그러나 실제 따져보니 그렇지 않더라. 상당히 많은 수의 차이가 나더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산서민층을 정부 기준대로 과표 8800만원 이하로 상정했을 때 중산서민층 감세액은 9조2000억원, 고소득층 감세액은 2조8000억원으로 정부 주장이 맞지만 실제 1인당 감세액은 중산서민층은 120만5033원, 고소득층은 4043만3147원으로 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갔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국민 입장에선 형식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혜택이 더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라며 “인정하느냐”고 물었고 윤 장관은 “소득분배 기능이 제고돼야 한다는 차원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수긍했다.
기업 세제혜택 문제에 있어서도 이 의원은 기재부 자료를 들며 “2008년 혜택이 중소기업 2조2600억원, 대기업 2조2600억원으로 별 차이가 안났지만, 올해엔 중소기업 1조4800억원, 대기업 2조8000억원”이라며 “감세혜택이 대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잘 이해가 안간다”고 했으나 역시 실무자인 김 기획관은 “숫자는 맞다”고 인정한 뒤 과표 기준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부연 설명했다.
이 의원은 “부자감세냐 서민감세냐 하는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왜 이런(부자감세) 얘기가 나오는가를 생각해라”며 “조세정책에서 소득재분배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