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는 매우 중요하다. 격년마다 매체영향력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는 한국언론재단의 조사결과를 포함하여 다양한 조사들은 KBS의 힘을 보여준다. 대체로 35%에 달하는 국민들이 KBS에서 소개되는 정보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특정매체가 정보를 왜곡하여 전달하거나 일방적인 정보를 소개하더라도 KBS만 굳건하면 국민의 혼란과 분열을 막을 수 있다. KBS가 확고히 중심을 잡는다면 다양한 입장을 가진 매체의 존재는 오히려 민주주의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선진화시대로 진입하려는 지금 KBS의 공정성 확립은 더 이상 늦춰질 수 없다. 불필요한 마찰과 소모적인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KBS의 중요성은 그 영향력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지금 나라의 방송환경은 근본적인 전환점에 놓여 있다. 디지털기술발전에 기초한 다채널화, 방송통신융합화, 세계화시대의 도래는 지금까지의 모습에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미래를 주도적으로 맞이하고 있는 영국 BBC를 떠올린다. 가장 믿고 영향을 많이 받으며 수신료를 부담하는 KBS가 이 일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주길 바라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인지상정이다. 그들이 가는 길이 모두가 가게 될 길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작업을 무난히 완수하려면 KBS 내부적인 힘의 결집, 국회의 지원, 그리고 국민의 성원이 어우러져야 한다. 공정방송 확립과 방만구조 개혁없이 국민에게 수신료 인상을 요청할 수 없는 일이며 국회의 동의를 구할 수 없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며 그 무거움 정도도 비할 바가 적다. 이 정도면 거의 방송사 제2 창업에 해당될 정도이다.

    이 시기에 KBS 이사회는 김인규 후보를 사장으로 선임하였다. 그는 이제 2012년 11월까지 KBS호를 진두지휘할 선장이 되었다. 그런데 KBS 노조 등은 신임사장이 2007년 이명박캠프의 전략기획실장이었던 경력을 들어 반대를 표명했다. 반대의 이유가 그의 비전이나 추진력에 초점되지 않은 것을 보면 전반적인 개혁 능력 자체가 의심되지 않는 모양새다. 역시 문제는 공정방송의 실현의지로 모아진다.

    노조 등의 반대이유는 과거의 전례 상 근거가 있다. 지난 1년의 과도기를 제외하고 보면 KBS 사장은 언제나 정부를 옹호해왔다. 이에서 예외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특히 지난 시기에는 한편의 국민들과 그들의 생각을 대체로 안중에 두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드문 일이긴 하지만 헌법질서의 경계위에서 줄타기를 하기도 했다. 이는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분들의 애국심을 심각하게 자극하기도 하였다. 기간의 사정이 이러했기 때문에 신임사장의 공정성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 살필 일이 있다. 노조 등은 과연 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분투해 왔는가에 대한 것인데, 지난 10년 세월 명백한 편파에 대해 그들이 취한 태도는 침묵·방관·협조·주도의 여러 모습 중 하나였다. 누구에게 방송의 공정성을 요구하려거든 자신에 대한 성찰을 전제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들의 진정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다.
    KBS와 전혀 무관한 길을 걸었던 정연주 전 사장의 선임에 대한 문제제기 정도와 33년 KBS맨 김인규 신임사장의 선임에 대한 대응정도가 다르다면 그것은 이상한 일이다. 두 분 다 대통령과 유관한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태도의 일관성이 없다. 이것이 오히려 편파의 증거라 할 것이다. 스스로 공정해야 타인에게 공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노조가 주장하고 바라는 KBS의 공정성은 지극히 옳다. 이것은 특정 단체의 요구가 아니라 전국민의 여망이다. KBS가 수신료 현실화를 하자고 하더라도 공정성의 안착은 불가피한 일이다. 김인규 신임사장도 이 점을 깊이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공정성에 관한한 그것이 자의적으로 해석되지 않는다면 김인규 신임사장과 노조의 이해관계는 정확히 일치할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확인하건데 그것은 국민의 바람이자 시대발전을 위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