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비평 관련 시민단체인 방송개혁시민연대(대표 김강원)은 25일 '2009최악의 방송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그간 연말 시상식에서 좋은 방송을 선정해 공로를 인정하는 자리는 여러 번 마련됐으나 이번처럼 '최악'이라는 이름을 붙여 문제있는 방송을 뽑아 비판하는 패러디적 성격을 띤 시상식은 이례적이다.

    방개혁은 이날 저녁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이같은 시상식을 열어 KBS SBS MBC EBS YTN 등 방송사의 시사 교양 예능 드라마 프로그램 가운데 최악의 방송을 선정했다.

    방송개혁시민연대는 25일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2009년 최악의 방송대상'을 선정했다. 사진에서 앞 테이블에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 한국방송인회 장한성 회장,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 고영주 변호사, 전 MBC공정방송노조위원장 정수채씨 (시계방향)가 자리했다. 방개혁이 '최악의 방송'선정을 하는 모습(아래사진) ⓒ 뉴데일리

    수상작으로 시사교양부문의 '편파왜곡상'에는 MBC 뉴스 후,  '반기업정서조장상'과 '예능.오락부문 막말언어상' 역시 MBC에 돌아갔다. 그외 드라마부문 가정윤리 파괴상에는 KBS 2TV장화홍련, 시청자 우롱상에는 '루저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미녀들의 수다가 뽑혔다. '최악의 방송대상'에는 MBC PD수첩이 선정됐다. 이중 15개 사안별 문제 방송 가운데 MBC 프로그램은 무려 11개 항목에서 '최악의 방송'으로 꼽혀 눈에 띄었다. 

    이같은 결과는 방개혁 자체방송모니터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결과, 각 언론사 미디어 담당기자 및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이뤄졌다. (2009년 1월1일~11월20일까지)

    ◇ "최악의 방송대상/사회갈등조장상- MBC PD수첩, 광우병 왜곡으로 국민호도"

    방개혁은 이날 MBC PD수첩을 최악의 방송으로 선정하며 "이 프로그램의 광우병왜곡 조작 방송은 국민을 호도하고 혼란상태로 빠뜨려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가져오게 했다"고 비판했다. PD수첩은 최악의 방송 외에도 '사회갈등 조장상'에도 뽑혔다. 방개혁은 "특정사안을 다루는 데 있어 양극화를 강조해 사회갈등을 조장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방개혁은 이날 '2009최악의 방송대상'으로 MBC PD수첩을 선정했다. 방개혁은 "의도적으로 왜곡 과장 허위로 포장된 시사프로그램이 우리사회에얼마나 큰 해악이 되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이유를 밝혔다 ⓒ방송개혁시민연대

    이날 '최악의 방송시상식'에는 MBC 방송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꼽혔다. '허위조작상'은 MBC 100분토론이 선정됐다. 방개혁은 "생방송 중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시청자 의견을 취지와 다르게 인용하거나 첨삭, 또는 원문에도 없는 날조된 글을 시청자 의견이라며 소개해 방통위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프로그램"이라며 "지금껏 100분토론 제작진이 조작하거나 날조한 내용 대다수는 특정정치세력에 유리한 내용으로 한국방송사상 유례가 없는 심각한 허위조작 방송"이라고 비판했다. 또 "생방송 토론프로그램에서 상습적으로 시청자 의견을 조작해 사실을 왜곡전달한 것은 언론의 생명력을 훼손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가정윤리파괴상'에 KBS 드라마 '장화홍련'이 선정됐다. 방개혁은 "비정상적 남녀관계와 가족관계를 그려내 시청자의 상상력을 비현실적으로 왜곡하고 악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 드라마는 극중 여자 주인공이 친한 친구에게 교통사고 누명을 씌우고 불륜을 저지르며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내다버리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방송개혁시민연대가 선정한 '2009최악의 방송'에서 '시청자우롱상'에는 KBS 미녀들의수다, '가정윤리파괴상'에는 KBS 장화홍련, '청소년유해상'에는 MBC '혼',불륜선정상에는 MBC '밥줘'가 꼽혔다(시계방향) ⓒ방송개혁시민연대

    또 '청소년유해상'에는 MBC 드라마 '혼'이 뽑혔다. 이 드라마는 선정적인 내용 탓에 청소년보호를 위한 '19금' 자체등급제를 달았으나 방개혁은 "실제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평일 미니시리즈 드라마 시간대에 방영함으로써 등급제를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방개혁은 이어 "2009년 1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방통위의 방송심의위반 내역에서 MBC는 권고 23회, 주의 15회, 경고 3회, 시청자에 대한 사과 1회로 지상파 3사 중 최다 심의위반 방송사로 선정됐다"고 집계했다. 방개혁 김강원 대표는 "방송이 더는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을 선동하고 호도해 자유민주주의 부정하고 계층간 갈등을 조장하는 흉기가 돼선 안된다"면서 "이런 방송은 국민의 힘으로 퇴출되는 게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25일 열린 '2009최악의 방송시상식'에서 한국방송인회 장한성 회장(오른쪽)이 방개혁 김강원 대표(왼쪽)에게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MBC PD수첩을 선정한 후 결과를 건네고 있다. 방개혁은 '최악의 방송'으로 건네받은 내용을 향후 MBC에 우편으로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데일리

    "돌도 안 된 아기가 데모하는 나라, 양초 소비량이 제일 많은 나라. 그 중에서도 공영방송이 공공의 적이 된 나라가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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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 ⓒ 뉴데일리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이날 시상식에서 "MBC PD수첩 수사기록을 보면 50분 프로그램에 조작.왜곡.과장이 서른개가 넘게 나오더라"면서 "이 정도면 PD수첩을 기네스북에 올리는 운동을 해야 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또, 조 대표는 이명박 정부에 섭섭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앞서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이 MBC가 주관하는 '대통령과의 대화'에 출연하기로 한 것이 알려지자 조 대표는 "MBC에 MB가 간다? 이런 게 허무개그에 속하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진철 방송개혁시민연대 정책기획위원장은 "방송은 누구도 비판할 수 없는 성역이 돼버렸다"면서 "사법부가 거짓말 방송에도 올바른 법 집행을 못하고 물러나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 방송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김 위원장은 "전 세계 어느 프로그램이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수개월간 국민을 촛불마당으로 내 몬 사례가 있느냐"고 따져 물은 뒤 "그러고도 당시 방송에 관여한 제작자들은 아무 일 없던 양 방송을 만들고 있고,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은 채 반성의 기미를 안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질의 콘텐츠 창작보다 이념.정치에 휘둘리는 방송인 후배들 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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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한성 한국방송인회 회장 ⓒ 뉴데일리
    장한성 한국방송인회 회장은 "내가 현역 방송인 시절에는 이념이나 정치보다는 양질의 방송콘텐츠 창작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없더라"고 무겁게 입을 뗐다. 30년간 KBS에 종사한 장 회장은 "방송이 시청자를 위해 '어떻게 하면 유익한 방송으로 감동을 전할까'라는 고민은 하지 않고 이념이나 정치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게 한심하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근래 한.중.일 제작자 포럼에 참가했는데 몇 년 전만 해도 한국드라마 제작기법 배우기를 원하던 중국이 이젠 한국드라마 기법에 거의 근사하게 왔다"면서 "이 포럼도 그렇고, 국제 드라마 페스티벌에서도 중국 작품이 대상을 받았는데 이러다가 중국 콘텐츠가 한류를 앞서지 않겠는가라는 우려가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때 일수록 방송이 정신을 차리고 시청자를 위한 방송, 부끄럽지 않은 방송을 해야 한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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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주(사진.변호사)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방송은 무소불위의 권력이 돼버렸다"며 "사실상 독점권력이 된 방송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행사 처음부터 조용히 침묵을 지키던 전 MBC공정방송노조위원장 정수채씨는 사회자의 권유에 시상식 마지막이 돼서야 무겁게 자리에 일어나 소감을 밝혔다. 정 전 위원장은 "아직도 MBC가 개혁되지 못한 점이 부끄럽다"며 "자정기능을 상실한 방송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고 거듭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정 전 위원장은 지난 6월 30년간 몸 담았던 MBC에서 정년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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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채 전MBC공정방송노조위원장 ⓒ 뉴데일리
    오후 6시 30분부터 열린 시상식 및 활동보고회는 260여명의 방송.시민단체 관련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방개혁은 시상결과를 우편을 통해 MBC에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방개혁이 선정한 '2009최악의 방송'

    시사/교양부문의 편파왜곡상- MBC 뉴스 후

    반기업정서조장상- MBC시사매거진 2580, YTN 돌방영상,

    사회갈등조장상- MBC PD수첩, 허위조작상- MBC 100분 토론
    예능/오락부문 막말언어상- MBC 세바퀴, 시청자우롱상- KBS 2TV 미녀들의 수다

    불법 PPL상- MBC 놀러와
    드라마부문 가정윤리파괴상- KBS 2TV 장화홍련

    불륜선정상- MBC 밥줘,
    폭력조장상- MBC 친구, 청소년유해상- MBC 혼
    단체/개인부문의 방송심의최다위반 방송사- MBC 선정
    불법파업단체상- MBC노조

    막말방송인상- 방송인 김구라
    2009 최악의 방송대상-  MBC PD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