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및 재계 사기 진작을 고려, 지난해 말 특별 사면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2008년 4월 삼성 경영 일선 퇴진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시각으로 지난 9일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인 'CES 2010'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부스를 찾은 이건희 전 회장은 두 딸을 포함한 가족 일가를 대동, 언론의 집중적인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가전전시회(CES 2010)를 찾아 가족과 함께 전시장을 참관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이 전 회장,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장,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 연합뉴스

    특히 이날은 이건희 전 회장의 68세 생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각별한 의미를 더했는데 이 전 회장은 왼손으로 둘재 딸 이서현 전무의 손을, 오른손으론 첫째 딸 이부진 전무의 손을 각각 잡아 보이며 자연스레 기자들의 관심을 이들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회장은 취재진에게 "우리 딸들을 광고 해야겠다"면서 "아직은 내가 손을 잡고 다녀야하는 어린애"라고 밝혀 딸들에 대한 겸양의 자세를 보이면서도 아버지로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삼성전자와 타 경쟁업체 부스를 돌아보는 내내 두 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는 이 전 회장과 멀찌감치 떨어져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보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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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가전전시회(CES 2010)를 찾아 3D안경을 쓰고 있다. ⓒ 연합뉴스
    이처럼 이 전 회장이 자신의 세 자녀와 부인 홍라희 여사, 그리고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까지 대동하며 국제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경제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우선 지난해 조세포탈 등의 혐의에 연루,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이 전 회장이 확고한 경영복귀 의지를 드러낸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날 행사장에서 이 전 회장은 "CES는 전 세계 최강자가 모여 서로간 비교하는 자리인 만큼 삼성의 위치를 재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행사장을 방문한 의미를 설명한 뒤 "21세기를 대비하기 위해 선두자리를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 선도기업으로서 삼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

    또 일본과 중국 후발 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는 시각에 대해 "기초부터 디자인까지 우리가 앞서 따라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일본도 겁은 안 나지만 그래도 신경은 써야한다"고 밝혀 특유의 자신감과 함께 '1위 수성'을 위한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

    덧붙여 "10년전 삼성전자 부스가 지금의 5분의 1수준이었다"면서 "잘못하면 다시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전하는 등 삼성의 '수장'으로서 더 나은 발전을 위한 독려를 잊지 않았다.

    물론 이 전 회장은 기자들의 경영복귀 시기를 묻는 질문에 "아직 멀었다"고 일축했지만 이번 CES 참관을 기점으로 삼성그룹에 대한 이 전 회장의 '입김'과 영향력이 다시금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더욱이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제일모직 전무로 승진한 이서현 제일기획 전무와 역시 삼성 에버랜드와 호텔신라 전무를 겸임하고 있는 이부진 전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삼성가 3세 경영'의 본격화를 알리는 일종의 '신호탄'인 동시에 이들의 입지기반을 토대로 이 전 회장이 이어받은 '창업주 철학'을 대물림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