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국가들, 치안-안보 강화에 "한국 예비역 교사들 대환영"작년 카타르서 첫 성공…UAE 성과 따라 1석3조 취업길 활짝
  • 지난 3일 특전사 병력 130여 명을 UAE에 파병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정치권이 들끓었다. 특히 야권은 “MB정부가 우리 국군을 원전 수출에 ‘끼워팔기’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좌파 진영은 ‘용병론’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4일 김태영 장관의 기자 간담회를 통해 모두 ‘착각’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태영 장관은 UAE 현지의 군 훈련시설과 환경이 매우 잘 갖춰진 것에 대해 무척 놀랐다고 표현했다. 김태영 장관은 특히 “UAE 군 수뇌부는 전투력이 우수한 다른 나라 군의 파병을 유치해 자국군의 기량을 향상시키려는 생각이 강하다”는 소식도 전했다. 실제 김태영 장관의 이야기처럼 UAE와 그 주변 국가들은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안보 개념’을 갖고 있기에 이번 특전사 파병은 우리나라와 예비역들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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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전사 파병보다 빠른 예비역의 중동 진출

    그런데 특전사 보다 더 일찍 중동 지역에서 ‘활동’을 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예비역 전-의경들이다. 2009년 10월 말, 10여 명의 전-의경 출신 예비역들이 카타르로 날아갔다. 관광이 아니라 ‘일’ 때문이었다. 이들이 한 일은 카타르軍에 시위진압기술을 전수하는 것. 카타르 정부는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고 인건비가 싸다는 이유로 입국시킨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 노동자들의 소요가 점차 늘어나자 치안유지를 위해서는 ‘폭동진압부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여기에 한국의 예비역 팀이 국제입찰 끝에 선정된 것이었다.

    8주가량의 훈련 끝에 카타르 육군 헌병과 특전사는 한국의 경찰기동대만큼은 아니지만 ‘탄탄한 기초 역량’을 쌓게 됐다. 그 성과에 만족한 카타르 왕실과 정부는 2010년 1월 이들을 다시 불러 보안군 교육을 맡기게 된다. 6주의 교육을 받은 보안군 교육생들이 시범을 보이자 군 지휘부는 크게 만족했다고 한다.

    이들 예비역의 활약은 걸프만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이하 GCC) 국가들에게도 알려지게 됐다. 이후 UAE 정부도 한국 경찰청에 시위진압 등에 대해 전수해 줄 예비역 인력 파견을 요청하게 됐다. 현재 경찰청은 경우회, 전-의경 동우회 등과 함께 UAE에 인력을 파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에 만족하면 대가 확실히 지급하는 GCC국가들

    카타르에 전-의경 예비역들을 이끌고 ‘컨설팅’을 맡았던 A(33)씨가 전하는 현지 분위기는 우리나라가 알고 있는 중동과는 크게 달랐다.

    “제가 갔던 카타르의 경우 ‘부자나라’라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나라도 직업 군인이기는 합니다만, 우리나라로 치면 부사관 계급인 사람들이 ‘저택’같은 곳에 살며 고급 스포츠카를 몇 대 씩 소유하고 있더군요. 군인에 대한 대우 또한 미군이나 유럽의 직업군인에 비해서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A씨에 따르면 일에 대한 대가도 확실히 치르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당시 카타르 육군과 특전사, 보안군을 가르친 뒤 받은 보수가 8주 교육에 1인 당 1,000만 원 가량이었다고.

    “그런데 그 금액도 그리 비싼 게 아니라고 합니다. 서방 선진국의 민간보안회사에 용역을 맡길 경우 그 대가는 저희가 받은 돈의 몇 배라고 합니다.”

    이 같은 거액을 지불하는 것에 카타르 당국은 별 다른 ‘협상’ 시도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다 GCC 국가들은 ‘안보개념’이 우리나라와는 달라 필요하다면 외국인을 불러 기술을 배우고, 심지어 파병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렇게 받은 ‘교육’이 성과가 좋으면 주변 국가들에게도 권한다고. 실제 카타르에서의 교육성과가 좋았다는 소문이 퍼지자 곧바로 UAE 측에서 연락을 취한 것만 봐도 A씨의 이야기가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군이 강점 지닌 ‘민간보안’ 분야 

    이 같은 사례가 드물지만 한국군과 그 예비역들에게 ‘민간보안’ 시장은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지난 2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따르면 민간보안시장 규모는 연간 700억 유로(한화로는 약 100조 원) 규모라고 한다. 그 중 상당수는 미국의 ‘블랙워터’나 ‘MPRI’ ‘다인코프’ 등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실제 전쟁지역에서 전투를 벌이면서 버는 몫이지만 전투가 거의 없는 지역에서의 경호, 보안 컨설팅도 적지 않은 시장 규모다.

    여기다 지난 1~2년 사이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를 결정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지루한 게릴라전 형태를 띠면서 수익성이 낮아지자 민간보안기업들은 ‘교육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은 한국 예비역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 예비역들이 지금까지 국제보안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언어능력 부족’이었지만 최근 예비역들은 과거에 비해 어학실력이 좋아졌고, 체격이나 체력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서 뒤떨어지지 않는다. 여기다 시위 진압, 기초 군사훈련과 같은 교육 분야는 위험성이 크지 않으므로 우리나라 예비역들에게는 매력적인 영역이 될 수 있다.

    지난 4일 기자 간담회에서 김태영 장관에게 ‘UAE에 보낸 특전사 병력들에 대한 호평이 나오면 다른 GCC 국가로부터도 파병요청이 올 텐데 혹시 대비하고 있느냐’고 묻자 “지금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반면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UAE 측은 많은 한국 예비역을 자국에 취업시키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가 이번 특전사 파병을 기회로 수많은 예비역들에게 새로운 진로를 열어 준다면 취업난 해소, 국위선양, 경험 축적이라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