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소득 4만달러 선진국에 되려면 아프리카와 함께 가야"
  • 국내에서 종종 `왕차관'이라 불리는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아프리카에서는 `Mr. 아프리카'로 통한다.

    워낙 아프리카에 관심이 많아 국내에서 새로 붙여진 이 별명이 아프리카 장관들 사이에까지 확산된 것.

    박 차관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8월 처음 아프리카 땅을 밟았다.

    당시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을 돌며 자원.에너지 협력을 모색한 데 이어 금년 5월 탄자니아와 카메룬, 적도기니를 상대로 2차 자원.에너지 외교를 벌였다. 두 번 모두 기업인들이 동행했다.

    한 달 뒤인 6월에는 이명박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콩고민주공화국을 다시 찾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지난달 24일부터는 오만과 터키를 거쳐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를 전세내 짐바브웨, 잠비아, 모잠비크를 잇따라 방문했다.

    불과 1년 3개월 사이에 네 번째 아프리카 방문이다. 이번에는 포스코, 삼성물산, 대우인터내셔널, 현대건설, 코오롱, SK에너지, STX, 가스공사, 석유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40여개 주요 대기업과 공기업의 아프리카 총괄 책임자들이 두루 동행했다.

    이들은 박 차관을 통해 모간 창기라이 짐바브웨 총리, 루피아 반다 잠비아 대통령, 아르만도 게부자 모잠비크 대통령에게 직접 협력 가능 분야를 브리핑해 "한국이 진짜로 협력할 의사가 있구나"하는 강력한 인상을 심어줬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모잠비크 광업공사와 가스공사 간 가스개발 협력, 짐바브웨 앵커 홀딩스사와 포스코 간 자원 및 인프라 개발 협력 등 여러 건의 양해각서(MOU) 체결도 이뤄졌다.

    박 차관은 5일 귀국 길에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잠시 들러 자신이 아프리카에 `올인'하는 속내를 직접 털어놨다. 그는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4만달러의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기존 시장으로는 불가능하다"면서 "따라서 반드시 대체시장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바로 아프리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올해 25∼28%로 지나치게 높아 우리같이 무역 지향적인 국가로서는 리스크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고 배경 설명도 곁들였다.

    박 차관은 "아프리카는 10억 인구에 더해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반면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면서 자원 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연계한 `윈-윈' 전략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블랙 아프리카로 불리는 사하라사막 이남에는 모두 47개 국가가 있다"면서 "나라마다 환경, 국민성, 거버넌스가 다 다른 컬러풀 아프리카"라면서 "우리가 여러 요소를 따져 선택과 집중을 하고 국가가 기업을 잘 코디네이터하면 아프리카 몇개 국가에서 한국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을 수호천사로 인식하던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의 개발 방식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이 깨닫기 시작했다"면서 "중국이 아프리카 전략을 바꾸면 우리가 발 붙일 틈이 없어지는 만큼 아프리카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차관은 "동물, 기아, 에이즈의 대륙으로만 알고 있는 우리의 아프리카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이런 세 가지 부정적인 인식은 시급히 떨쳐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