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설적 앵커 "리얼뉴스 사망" 경고.."듣기 원하는 것만 전하면 재앙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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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전설적 앵커'로 불리는 테드 코펠(70·사진)이 지난 11.2 중간선거 때 한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선거자금 기부로 정직됐던 사건과 관련해 '사실뉴스의 사망(the death of real news)'이라고 경고하고 언론이 이제라도 사실(fact) 중심의 공정한 보도를 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 14일자 워싱턴 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급변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진실을 추구하려면 팩트(사실)와 편견이 없는 사실들을 제공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펠은 1980년부터 2005년까지 미 3대 공중파 방송인 ABC의 심야 뉴스 프로그램 `나이트라인'을 진행하면서 객관적 보도로 명성을 쌓았으며, 지금은 공영라디오방송(NPR)과 영국 BBC 방송 등에서 뉴스분석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기고문 요약>

    뉴스전문 케이블 MSNBC의 심야 뉴스해설 프로그램 `카운트다운'을 맡고 있는 키스 올버맨(51)은 민주당 후보들에게 선거자금을 기부했다가 지난주 회사로부터 무기한 정직처분을 받았으나 이틀 만에 징계가 해제됐다.

    올버맨은 보수성향의 뉴스전문 케이블 폭스 뉴스를 비판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진보 성향의 MSNBC 방송 진행자 중 한 명으로 가장 독선적(opinionated)이다. (작성자주: 올버맨은 폭스 뉴스 앵커인 빌 오라일리와 대척점에 선 인물로 평가됨)

    올버맨의 정직사건은 오래 전에 없어진 텔레비전 저널리즘 시대의 희미한 옛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그 시대만 해도 방송사들은 실질적(substantive)이고 비편파적인(unbiased) 뉴스의 수집과 전파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믿었다.

    ‘정치헌금 금지’정책은 당파성의 출현을 막기 위한 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올버맨은 생각이 비슷한 시청자 100만여명을 매일 밤 자신의 프로그램으로 끌어 모은다. 이는 그가 거침없이 뻔뻔하게 당파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올버맨, 레이첼 매도우(MSNBC 여성 앵커), 크리스 매튜스(MSNBC의 전 앵커), 글렌 벡(폭스 뉴스 해설가), 숀 해니티(폭스 뉴스 진행자), 오라일리 등의 주장을 찬양하는 케이블뉴스 세상에 살고 있다. 그들은 당파성의 양대(보혁) 기둥을 떠받치고, 모기업으로부터 그렇게 하도록 장려받는 개인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이름(브랜드)을 내걸고 하는 분석 및 해설은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폭스 뉴스와 MSNBC의 상업적 성공은 당파성이 없는 나 같은 이들에게는 슬픈 일이다. TV 시청자들이 자신의 편견을 확인하도록 짜여진 프로그램 속에 매몰되게 하는 재정(자본)논리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추세는 국가나 국민에게 유익하지 않다.

    (당파성은) 국민의 권리행사가 커지면서 자연스런 결과이겠지만 고(故)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한 전 민주당 상원의원은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지만 팩트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의견을 사실인 것처럼 과시하는 환경 속에서 이 말은 진귀하게까지 느껴진다.

    어쩌면 애당초 절대적 객관성은 도달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보면 폭스 뉴스와 MSNBC는 더 이상 (보도의) 객관성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두 방송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정치적 스펙트럼(다양성)의 한쪽 끝에 있는 당원과 충성적 시청자들이 바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관계는 (미국 사상 최대의 금융사기죄로 종신형을 살고 있는) 버나드 메이도프와 투자의 관계와 같다. 메이도프는 고객들에게 듣기 원하는 것을 말했고, 고객들이 진실을 알았을 때 (투자한) 돈은 사라졌다.

    이상적 현실을 지지하는 사실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거짓으로 믿도록 유혹하는 일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회계사, 은행가, 변호사, 의사, 정치인들이 명백한 반대증거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듣기 바라는 것만 말한다면 우리는 재앙(disaster)'으로 향하게 된다.

    뉴스가 공적 서비스로부터 수익성이 있는 상품 쪽으로 가는 추세는 되돌릴 수 없다. 많은 뉴스 매체들이 무한경쟁 시대로 가고 있다. 방송뉴스는 (인터넷 등) 다른 미디어 대체물에 의해 공격받아왔으며 추월당할 것이다.

    진행자 올버맨은 적어도 자신이 깬 룰(rule)의 역사적 가치를 인식하게 했다. 그는 "(정치헌금 금지가) 엉뚱한 룰이 아니다. 21세기 저널리즘의 현실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1세기 저널리즘이 과거 룰에 순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기술과 시장이 스포츠.날씨.요리.종교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채널로 분화시키고,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잘 가공된 뉴스가 무한정 공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적 근본주의, 경제적 상호의존, 글로벌 생태문제가 부각되는 세계에서 `명백하고 객관적인(clear and objective)' 보도의 필요성은 이전보다 커질 것이다.

    우리가 정말 진실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것은 ‘좋은 저널리즘(good journalism)’의 진수였던 팩트와 편견이 없는 사실들을 제공하려는 의지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