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정두언, 그 입 다물라”“가덕도, 밀양 둘 다 안될 경우도 고려해야”
  •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내홍이 갈수록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처음에는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두고 지역간 신경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 신공항 건설 여부 자체를 놓고 대립하는 양상이다.

  • ▲ 대구시의회 동남권 신국제공항 밀양유치 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릴레이 삭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구시의회 동남권 신국제공항 밀양유치 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릴레이 삭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목표수정, 타깃은 한나라당 지도부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갈등의 발단은 당 지도부가 ‘백지화’를 언급하면서부터다.

    안상수 대표는 2일 “타당성 조사결과에 따라 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두 곳 다 타당성이 없다면 양쪽(밀양과 가덕도) 모두 못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나아가 정두언 최고위원은 “(동남권 신공항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면서 “2009년 국토연구원 용역결과 가덕도와 밀양 모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지역 갈등만은 어떻게든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 이후 해당지역 정치권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유승민 한나라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정 최고위원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10조원 이하의 돈을 들여 세계로 뻗어나가는 하늘길을 열어달라는 게 영남인들의 간절한 희망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굳은 약속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면 입을 다물라”며 “시골 쥐들은 KTX 타고 서울역에 올라와 인천공항까지 가면 되지 않느냐는 (수도권의) 오만한 생각은 국가의 미래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철학 부재를 자백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구·울산·경북·경남 4개 광역자치단체도 3일 공동성명을 내고 ‘신공항 건설 백지화 주장’을 비판했다.

    이들은 “자기 고장의 발전을 위해 각 지역이 신공항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선의의 발전적 경쟁을 과거의 정치적 지역감정에 빗댄 것은 영남권의 지역갈등을 오히려 부추기거나 수도권과의 대립을 유도하려는 저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한나라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청와대를 향하는 화살도 있었다. 일부 의원들은 공약을 지키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이 영남권 갈등을 부추겼다고 탓을 돌리기도 했다. 아울러 만에 하나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로 최종 결정난다면 이는 전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 ▲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등 부산지역 의원들과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등 부산지역 의원들과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정종환 장관, 3월말 결론 낼 수 있을까?”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은 4일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 여의도 한 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3월말까지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평가 기준 등을 두고 공청회를 계획했으나 양 지역의 열기가 뜨거운 만큼 공청회보다는 지역 의견을 수렴했다”면서 “철저히 수렴해 평가위원들이 전문가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해 평가위에서는 공청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한 부산 의원 13명은 신공항 입지를 조속히 선정하되 평가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밀양은 산을 많이 깎아야하므로 환경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입지선정 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한편 ‘경제성’을 인천공항 때보다 높은 40%로 배점하겠다는 정 장관의 설명에 대해 종전대로 30%로 설정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구 출신 주호영 의원은 “항공정책연구소의 작년 12월말 결과에 의하면 밀양공항은비용 대비 편익비율(B/C)가 1.0이 훨씬 더 넘는 것으로 나와있다”며 “안전성, 건설비용, 접근성 등에 있어 객관적 지표가 나오겠지만 밀양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론부터 되짚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난 2009년 12월 발표된 정부의 용역 결과 경제적 타당성에서 가덕도의 B/C이 0.7, 밀양이 0.73으로 둘 다 1을 넘지 못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대안의 필요성을 또 다시 언급했다.

    그는 “정부의 평가에서 두 지역의 B/C가 1에 못 미쳤을 경우 국민여론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다른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정종환 장관이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는데,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편익비율을 계산하기에 앞서 양쪽이 결과를 납득할 수 있도록하는 평가 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