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마무리,르노삼성,=10년 무분규,한국GM=잠정 합의,현대-기아차는 암울
  • 장사가 잘 되면 노사관계가 틀어지는 걸까.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매출이 가장 작은 기업과 가장 큰 기업의 2011년 임금․단체 협상이 정반대 모습을 띠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자동차 업체 중 수년 사이 가장 크게 변한 업체가 바로 쌍용자동차다.

    쌍용차, 임단협 벌써 마무리

    쌍용자동차(대표이사 이유일.  www.smotor.com. KS 003620)는 19일 “지난 18일 ‘2011년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한데 이어 19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 63.81%로 가결됨에 따라 임금협상을 마무리 했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지난 18일 잠정합의한 내용(기본급 7만1,000원 인상, 지역사회 위한 장학회 설립, 전 직원 단체개인연금보험 가입 건 등)이 그대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쌍용차는 지난해 임∙단협을 회사에 일임한 데 이에 올해는 자동차 업계 최초 임단협 타결에 2년 연속 무파업을 기록하게 됐다. 이날 오후부터 각 공장 별로 실시된 투표에는 조합원 2799명 중 2672명(95.46%)이 참여해 1705명(63.81%)이 찬성을 표시했다.

  • ▲ 2010년 쌍용차의 노사단체협약 체결 모습. 노조는 아예 사측에 모든 걸 위임했다. 현대기아차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 2010년 쌍용차의 노사단체협약 체결 모습. 노조는 아예 사측에 모든 걸 위임했다. 현대기아차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쌍용차 측은 “첫 임금협상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게 된 것은 노사관계 대전환을 통해 이룩한 성과이자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계 전반의 신 노사관계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

    여기다 쌍용차 노사는 투명하고 청렴한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며 ‘클린 쌍용 확약문’을 채택했다. 이 확약문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부당한 압력, 청탁 및 우월적 지위 남용 근절 ▲절차와 기준 준수 ▲노사의 공식 조직을 활성화하고 육성 ▲회사규범 및 보안규정 준수 등이 포함돼 있다.

    현대차 노조, 기본급 8.76% 인상, 대 이어 고용 요구

    반면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임단협은 ‘앞길이 구만리’다. 지난 18일 주요 언론은 ‘현대차 노조가 사측에 5월 30일 상견례를 요청했지만 협상안 검토 등을 생각하면 6월이나 돼야 상견례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8일 임금 15만611원(기본급 대비 8.76%) 인상, 타임오프제 협상 등 총 60개 요구안이 포함된 임․단협 제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이 안에는 노조가입 범위를 차장급까지 확대하고,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하도록 하며, 상여금 800%로 인상(현재 750%), 퇴직금 누진제, 해고자 1명 복직 등이 들어 있다.

  • ▲ 2010년 현대차 울산공장을 점거한 비정규직 노조의 쟁의현장.
    ▲ 2010년 현대차 울산공장을 점거한 비정규직 노조의 쟁의현장.

    여기다 노조 전임자 수를 줄이고 회사가 전임자에게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타임오프제’ 적용 등을 협의해야 하는 까닭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올해 현대차의 파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현대차 노조는 타임오프제와 관련해 파업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병도 있다. 비정규직 노조 문제다. 지난해 연말 울산 공장 점거농성을 벌였던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올해 임단협을 현대차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교섭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기아차는 올해 임단협 소식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은 10년째 무분규, 한국GM도 이미 잠정합의

    이런 현대기아차가 부러워할 ‘선진 노사제도’를 정착한 ‘모범기업’도 있다. 르노삼성이다. 르노삼성은 10년 째 무분규를 이어가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우리도 임단협을 하지만 평소 노조 측과 소통을 하며, 홍보팀이 노조를 방문해 의견을 청취하고 노조도 사측에 평소에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등 서로 양보하려 한다”며 “분규나 쟁의가 발생하는 업체와는 기업문화가 다른 편”이라고 밝혔다. 

  • ▲ 2008년 르노삼성의 임단협 타결 사진. 르노삼성은 평소 노조와 사측이 '소통'에 열심인 덕에 10년째 무분규를 지켜가고 있다.
    ▲ 2008년 르노삼성의 임단협 타결 사진. 르노삼성은 평소 노조와 사측이 '소통'에 열심인 덕에 10년째 무분규를 지켜가고 있다.

    올해 들어 ‘폭풍 마케팅’으로 다른 업체를 긴장케 하고 있는 한국GM에서도 ‘노사분규’라는 단어가 사라진지 오래다.

    한국GM 측은 “우리 회사는 노사가 모두 ‘열심히 뛰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투쟁’은 서로 지양한다”며 “임금협상안에 대해 노사가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우리는 임금협상만 하는데, 오는 25일 노사 상견례가 잡혀 있다”고 설명했다.

  • ▲ 한국GM 임단협 타결 당시 사진. 한국GM은 2001년 부평 파업사태 이후 노사 모두 '위기의식'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파업이나 쟁의는 피하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 한국GM 임단협 타결 당시 사진. 한국GM은 2001년 부평 파업사태 이후 노사 모두 '위기의식'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파업이나 쟁의는 피하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른 자동차 업체의 노사 문화가 변하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크게 변했지만, 현대기아차 노사는 서로 투쟁과 외면만 거듭하고 있다.

    특히 올해 현대차 노조가 회사에 요구한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 기본급 대비 8.76%의 임금인상, 타임오프제 실시 반대, 비정규직 협상 등은 국민들의 공분(公憤)을 자아내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보는 소비자들의 가슴만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