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당 90만원도 위태"더 내려라" vs "더 올려야할 판"업황도 천양지차… 갑을 신세 뒤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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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에서 조선업과 철강업 희비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조선업계는 고가 수주물량 확대로 이익창출을 본격화한 반면 철강업계는 수요 부진 장기화에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 수혜도 조선업에 쏠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후판가격 또한 조선사에 유리하게 흘러가면서 철강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8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이달 1톤당 철광석 평균 가격은 1년 전(130.46달러)와 비교해 20% 하락한 104.43달러를 기록 중이다. 철광석 가격은 연초에도 135달러를 넘어서며 강세를 보였으나 이후 지속 하락해 100달러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난 9월 한때는 89달러선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찍기도 했다.후판의 원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후판값 협상에서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후판은 두께 6㎜ 이상 두께 철판으로,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 이상을 차지해 조선사 수익성과 직결된다. 철강사도 매년 생산하는 후판의 절반 이상을 조선용으로 판매, 후판가격에 따른 매출 변화가 상당하다.양 업계의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장기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 톤당 100만원 가량에 결정됐던 후판가격은 철광석 가격 하락에 따라 하반기 90만원 중반대로 조정됐고, 올 상반기엔 90만원 초반에 합의를 이뤘다. 지난해 하반기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연말까지 팽팽한 기 싸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조선업계는 원자재 가격 하락을 근거로 후판가격 인하를, 철강업계는 불황에 따른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철광석 가격 추세만 보면 조선업계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둔화, 중국산 제품 과잉 공급 등 여파로 ‘벼랑 끝’에 몰린 철강업계가 ‘대승적 차원의 양보’를 주장하면서 가격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실제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3사는 올 3분기 나란히 흑자 달성으로 순항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76.5% 급증한 1조3449억원으로 추정되며 한화오션(6161억원), 삼성중공업(4736억원)도 세자릿수 이익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3사의 합산 연간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반면 철강업계는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 영업이익(743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38.3% 줄었고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515억원으로 77.4% 감소했다. 순손실은 16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동국제강 영업이익도 315억원으로 1년 전보다 79.6% 줄었다. 철강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올해 3조3000억원 가량으로 전년 대비 약 30% 축소가 예상된다.양 업계에 대한 사업 전망도 ‘극과 극’ 형국이다. 조선업계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향후 미국 함정 유지·보수(MRO) 등 군함 시장에서 특수가 기대되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관세 폭탄’을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의 재집권에 불안에 떨고 있다. 철강업계는 트럼프 정부 1기 때 철강재 대미 수출에 25% 일괄 관세를 맞은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