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의 분식회계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 회계법인에 대해선 아예 금융회사의 외부감사 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23일 저축은행 사태 이후 부실 외부감사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된 것과 관련, 이 같은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부실감사 사실이 드러난 회계법인은 해당 저축은행에 대해서만 1년에서 5년까지 감사 업무가 금지될 뿐 다른 저축은행에 대해선 아무런 제한없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임할 수 있다.

    과실이 심각한 것으로 밝혀진 회계법인에 대해선 전체 업무를 정지시키거나 등록을 취소할 수 있지만, 실제 이 같은 조치가 내려진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부실감사로 적발돼 제재를 받은 회계법인이 또 다른 저축은행에서 부실감사를 반복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정옥임(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 회계법인은 2007 회계연도에 한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외부감사를 실시했지만, 대손충당금에 대한 감사절차 소홀사실이 드러나 1년간 감사업무가 제한됐다.

    이후에도 이 회계법인은 다른 저축은행에 대해 외부감사 업무를 맡았다가 대출채권에 대한 감사절차 소홀을 이유로 또다시 1년간 감사업무 제한이란 제재를 받았다.

    이밖에 다른 3개 회계법인 등이 저축은행 외부감사 업무 과정에서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반복적으로 적발됐다.

    당국 관계자는 "부실감사가 드러날 경우 사안의 경중에 따라 동일 업종에서 감사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제재한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부실감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방향으로 회계법인의 외부감사 규정 개선을 추진하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금융위에 보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외부감사 보고서가 나온 뒤 많게는 2~3년까지 소요되는 감리와 제재 기간도 대폭 단축할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감리와 제재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분식회계가 이뤄진 저축은행의 부실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감리주기를 단축하는 한편, 제재절차도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