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봉사단 등 봉사자들 모여 ‘자활’ 도와“따뜻한 가슴 없으면 미소금융 사업 불가능”
  • "식당을 차리는데 3천만원이 부족하다고 가정하자. 이 돈을 빌려주면 100% 성공할 수 있을까?"

    "답은 바로 'NO'다. 우리나라 식당 중에 80%는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망한다. 3천만원을 대출받아 망하게 되면 더 큰 빚더미를 떠안게 된다." 

    "그래서 미소금융은 돈만 빌려주지 않는다. 플러스로 새로운 전문지식과 네트워크를 같이 얹어준다. 단지 저금리의 돈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성공을 함께 나누는 곳이다."

  • ▲ 김승유 미소금융 이사장 ⓒ 추진혁 기자
    ▲ 김승유 미소금융 이사장 ⓒ 추진혁 기자

    하나금융지주 회장이자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인 김승유 이사장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미소금융 아카데미 강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강연에는 미소금융 지점 대표자와 실무자, 자원봉사자 등이 참석, 아카데미 마지막 수업을 함께했다.

    “미소금융 대상은 자활의지가 있는 저신용자”

    김 이사장은 미소금융의 정의를 시작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미소금융의 대상은 극빈층이 아니다. 상환능력이 없다면 정부나 사회규율단체의 대상이지 미소금융의 대상이 아니다. 신용등급이 7등급이하인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유다.”

    이것이 미소금융의 기본 철학이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미소금융은 담보나 보증 없이 소액의 사업자금을 대출해주는 사업. 40%대를 웃도는 고금리 일수가 아닌 4.5%의 저금리 상품이다. 때문에 '극빈층'을 위한 대출 사업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우리의 고객은 자활᠊자립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못을 박았다 자활의지가 있는 저신용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
     
    희망봉사단 등 봉사자만 1700명⋯ 현장서 ‘자활’ 도와

    김 이사장의 이 같은 곧은 신념은 '미소금융'을 2년여 만에 시장에 안착시켰다.

    자원봉사자들도 1,700명이 넘는다. 미소금융과 희망봉사단원들은 똘똘 뭉쳐 자활을 돕는데 뛰어들었다. 김 이사장은 성공적인 사례들을 소개했다. 

    “봉사단과 각 대학 학생들이 현장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미대에 다니는 학생들이 강남구청 근처에 있는 분식점 리모델링에 직접 참여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실내 디자인까지 다 고쳐줬다. 이거 하나로도 매출이 30~40% 올라가더라”

    이는 대학생들의 아이디어와 노력봉사로 가게를 활성화 시킨 예다. 김 이사장은 '희망봉사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국 주요대학과의 협력 체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봉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 11일 김승유 미소금융 이사장은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추진혁 기자
    ▲ 11일 김승유 미소금융 이사장은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추진혁 기자

    “미소금융은 농촌 부채탕감 아냐⋯ 복지차원 접근 안돼”

    김 이사장이 '자발적인 봉사'를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지속 가능한' 미소금융을 만들기 위해서다. 미소금융을 탄탄하게 이어가기 위해 따뜻한 가슴을 가진 봉사자들과 스스로 일어나려는 의지 있는 수혜자가 필요한 셈이다.

    그은 복지사업가와의 한 일화를 털어놨다.
    “복지사업가들이 제 사무실에 찾아와 '미소금융이 복지차원에서 운영돼야 한다'고 말하더라. '원금의 20~30%를 떼이더라도 복지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그래서 말했다. '20~30%를 떼면 미소금융을 3년만 하고 그만  두란 말이냐?'라고 했다.”

    그는 미소금융이 복지 차원에서 운영되면 '도덕적 해이'현상이 나온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미소금융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농어촌 부채 탕감 형태가 되면 큰일난다. 인간을 기본으로 하되 상업성보다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고자 시작한 것이다.”

    “따뜻한 가슴과 열정이 미소금융 만들어 간다”

    김 이사장은 자본주의 사회의 승자로 꼽히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사례를 통해 승자의 역할을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한 빌 게이츠가 지난 2008년 은퇴를 하고 지금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빌게이츠재단을 설립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워런 버핏도 300억불을 빌게이츠재단에 기부했다. 그 돈이면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 수도 있지만 잘하는 사람에게 줘야한다며 후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미국의 자본주의가 그래도 건전한 것은 이런 기업인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승자의 아량’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나누는 기업과 기업인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따뜻한 가슴'이 없으면 미소금융사업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한 김 이사장은 강연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어려움을 보면 참지 못하는 자세, 뜨거운 마음과 열정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성공을 나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