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보고서 "가계부채 질적 구조 취약해졌다"5등급 이하 저소득층ㆍ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 ‘뚜렷’
  • 저소득층과 신용등급 5등급 이하 계층에서 가계대출이 계속 늘어나고, 이자만 내는 ‘취약 부동산 대출’ 만기가 올해와 내년에 집중돼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30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연소득 2,000만 원 이하 저소득층의 가계대출이 2009년 말 57조원에서 지난 6월 85조원으로 49.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ㆍ고소득층은 590조원에서 639조원으로 8.3% 늘어났다.

    또한 저소득층의 대출 잔액은 전체 가계대출의 12%에 불과하지만,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대출 증가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들의 대출증가 대부분이 비은행권이라는 점. 신용등급 5등급 이하 계층의 대출 중 비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2009년 말 237조 원에서 2011년 6월 말 280조 원으로 18.1% 늘었다. 이들의 대출 총액을 봐도 비은행권 비중은 2009년 말 53%에서 지난 6월 말 56%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은행대출 잔액은 409조원에서 444조원으로 8.6% 늘어 비은행권 증가율의 절반에 불과했다.

    한은은 저신용자와 중하위 계층 다수가 은행과 함께 비은행에서도 대출을 받거나 여러 비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6월 말 은행과 비은행권에서 동시에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비중은 전체 은행 대출의 33%, 비은행권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비중은 전체 비은행 대출의 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주택담보대출도 ‘폭탄’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이후 받은 주택담보대출의 거치기간이 끝나는 시기가 왔고, 여기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시행하면서 가계의 원금상환 비중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거치기간 직후 연체대출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한은이 2009~2011년 상반기 중 만기가 된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중 연체대출 1,051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51.1%가 만기가 도래한 달부터 연체하기 시작했다.

    여기다 100만 건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중 부채상환능력은 낮으면서 이자만 내는 ‘부채상환능력 취약대출’이 전체의 26.6%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대출 중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은 13.6%, 내년은 21.2%로 총 34.8%의 취약대출이 만기도래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부채상환능력 취약 대출자’들의 경우 주택가격이 급락하거나 금리가 상승해 부담이 커지면 원리금 상환부담을 견디지 못해 보유 주택을 ‘급매가’에 내다 팔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다중채무자가 늘면서 비은행권에서 발생한 부실이 은행권으로 전이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또한 수도권 주택가격이 대형주택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의 대규모 부실 등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주택가격이 급락한다면 주택 가격에 비해 많은 돈을 빌린 대출자부터 부실화 위험이 커지고 이로 인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