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24일(현지시간) 헝가리의 신용등급을 최하위 등급인 Baa3에서 투자부적격등급(투기등급)인 Ba1로 한 단계 강등함에 따라 헝가리도 위태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무디스는 이날 "헝가리의 재정 목표 달성 여부를 비롯해 높은 부채 비율, 중기 성장률 제한 등 요소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게 신용 등급 강등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헝가리 정부가 중기 구조 조정에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재정 건전성이 악화한다면 신용등급을 더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헝가리가 부채 정리 일정을 시작하고, 유로존 통합 프로그램을 이행하면 신용등급이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터키 베끼려다 역공당해 = 헝가리는 앞서 18일 국제통화기금(IMF)에 예방적 금융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IMF와 차입예약 협정(stand-by arrangement) 기한이 2008년 종료된 후 협상을 질질 끈 터키를 따라하려다 헝가리 정부가 신용평가사로부터 된서리를 맞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터키 정부가 IMF와 대기성 차관 제공을 두고 1년반 동안 협상하다 작년 5월 지원이 필요없다고 선언한 사례를 따라 하려다 무디스에 선수를 빼앗겼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헝가리 정부가 새로운 협상을 하겠다는 공언해 금융 시장을 우호적으로 만들고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려 서둘러 지원 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근원 문제 = 2008년 IMF로부터 2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헝가리는 내년에 47억 유로의 상환을 연장해야 한다.

    유로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동유럽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헝가리의 대외 신용도도 악화해 3년만기 헝가리 국채 수익률은 연 8.35%로 2009년 8월 이래 최고치로 올랐다.

    헝가리 정부는 지난 석달간 8차례 금리를 조정하면서 정부채를 매각하려 했으나 수요 감소와 금리 상승 등으로 2차례나 매각에 실패하기도 했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포린트화 약세로 이어졌다. 지난 14일 포린트화는 유로화 대비 317.9 포린트로, 2008년 IMF 구제금융 신청 직전 수준보다도 더 오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 6월 이전 290 포린트 수준과 비교하면 7-8% 상승한 셈이다.

    포린트화 약세로 헝가리 정부 부채는 3분기말 경제생산의 82% 수준으로 급증했다. 연금 축소를 통해 정부 부채를 5-6% 줄인 게 포린트화 약세로 일순 무위가 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다.

    지난해 집권한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비정통적' 경제 정책도 한몫했다.

    오르반 총리는 자신의 '비정통적' 경제 정책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추가 대출 요청을 거부했고, 머르토니 야노쉬 경제 장관은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IMF에 지원 요청을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IMF 지원이 우선" = 헝가리의 추가 금융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상황이 얼마나 악화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게 무디스의 분석이다.

    무디스는 또 "헝가리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유럽 정부의 부채 위기로 촉발된 위험 국면을 헝가리가 얼마나 잘 견뎌낼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디스는 IMF와 협상 성공이야말로 어려움을 즉각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감내할만한 부채 상환 일정을 마련하고, 중기 재정 계획을 일관해 지켜가며 유로 통합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면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화할 것이라고 무디스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