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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직장인들은 자신이 비디오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 일쑤다.
밀려드는 이메일과 인스턴트 메시지, 각종 서류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하면서 틈틈이 웹서핑을 하고 온라인 캘린더를 챙겨보는 것은 사실상 전쟁과 다름없는 일이다.
`멀티태스커'가 되려면 하나의 모니터에 수십개의 창을 동시에 띄워놓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데이터의 무차별 공습에 대처하는 새로운 전술이 등장했다. 하나의 컴퓨터에 제2, 제3의 모니터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직장이나 가정에서 복수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이른바 `멀티스크린'이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멀티스크린 사용자들에게 하나의 모니터만 사용하는 것은 전화로 인터넷을 연결했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만큼 끔찍한 일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재택근무자인 재키 코언(42)은 컴퓨터 한대에 17인치 모니터 3개를 붙였다.
중앙의 메인 모니터는 문서작업과 편집, 이메일, 메시지 교환에 사용한다. 좌측 모니터로는 뉴스를 보고, 우측 모니터는 블로그와 트위터에 활용된다. 각각의 모니터에는 3∼10개의 탭이 항상 열려있다.
코언은 최근 모니터 하나가 고장났을 때 심한 좌절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모니터를 하나만 사용하면 당장 너무 느리다는 사실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나는 어떤 것(정보)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멀티스크린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음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기관인 `IHS i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팔린 모니터는 1억7천900만대로 데스크톱 PC 판매 대수(1억3천만대)보다 훨씬 많다.
로다 알렉산더 대표는 "이는 PC 한대당 설치되는 모티터 수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모니터 공급업체인 NEC 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사에서 한대 이상의 모니터를 사용하는 비율이 4년 전 1%에서 지금은 30∼40%로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런 추세 속에서 모니터 사이즈는 계속 커지고 있다. 5년 전에는 18인치 모니터가 주류였으나 지난해 팔린 모니터의 크기는 평균 21인치였다.
멀티스크린 시대가 열린 것은 무엇보다 모니터 가격이 내렸기 때문이다.
5년전 대당 700달러였던 24인치 모니터는 이제 200∼300달러를 주면 살 수 있다. 또 지금은 모니터가 과거보다 얇아져 추가로 설치하는데 공간적인 어려움도 없는 편이다.
타임스는 최근 유타대학이 편집 담당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2대의 모니터 사용자가 1대를 사용하는 사람보다 생산성이 나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의 논문도 발표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