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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2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문을 닫았다. 올해부터 달라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의해 매주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이 휴무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조례를 먼저 제정하고 시행에 들어간 지역이 우선적으로 휴업에 들어갔다. 의무휴업이 초기단계라 어느 지역은 쉬고, 어디는 영업을 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미처 휴업을 알지 못하고 장보기에 나섰던 소비자들은 혼란을 겪었다. 마트 앞에 붙여진 ‘의무휴업’ 안내판에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손님들도 많았고, 인근에 문을 연 마트로 찾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이마트는 이날 오후 3시까지 서울 지역 휴무 점포 5곳에서 도보 방문 고객 3,500명과 차량 2,500대가 되돌아갔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형 유통업체들의 손해는 불가피했다. 직전 일요일(15일)과 매출을 비교해보면 홈플러스는 29% 감소,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각각 24%, 19.3%가 줄었다. 마트들이 휴업 전날 폭탄세일을 감행했지만 ‘일요일 휴무’의 벽을 넘기는 어려웠다.
아이러니하게 마트 노는 날 함께 문을 닫은 전통시장도 있었다. 일부 전통시장 상인들은 “마트가 문을 닫아 유동인구가 줄어 되레 우리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를 놓고 일부 일간지와 방송에서는 의무휴업 조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4월 23일자에서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와 달리 대형마트에서 허탕을 친 소비자가 인근 전통시장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썼다.
같은 날 <MBC>도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였지만 정상영업을 한 대형마트들도 많아서 효과는 미미했고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편은 가중됐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의무휴업에 대해 “시장에는 별 효과가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시장경제신문> 기자로서 시장을 직접 다녀본 필자가 들은 얘기는 달랐다.
일부 시장이 문을 닫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장은 의무휴업 덕에 손님이 10~30%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의 상인들도 하나같이 “의무휴업이 시장에 큰 도움이 된다다”고 했다.
실제로 의무휴업에 맞춰 특가판매와 행사를 준비했던 시장은 명절 못지않은 특수를 누렸다. 매출이 2~3배 늘어난 시장도 많았다. 결국 의무휴업은 상인들이 준비하기에 달린 셈이다.
이제는 소비자들의 선택만이 남았다.
일요일 장보기를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마트 대신 전통시장을 찾을 것인지⋯.무작정 전통시장을 외면했던 소비자들은 시장에 가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예전의 그 지저분하고, 불편했던 시장이 아니다. 전통시장은 시설현대화 사업으로 깨끗하게 정돈됐고, 원산지 표기로 안전한 먹거리가 마련돼 있다. 서울 양지골목시장, 돈암제일시장, 장위골목시장 등 의무휴업에 맞춰 특가판매를 하는 곳도 많다.
일부 시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는 ‘문전성시 프로젝트’로 인해 문화와 이야기 거리가 있는 시장으로 탈바꿈 했다.
가족과 연인과 함께 시장에 가서 놀아보자. 느리게 쇼핑하면서 노닐고 먹고 마시며 웃고 즐기자. 시장의 옛 정취가 새록새록 우리 현대인의 가슴을 적실 것이다. 시장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