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전시 역부족... 한달만에 남편은 투잡중기청 “대기업 직영점아니라 규제 어려워”
  • ▲ 경기도 고양시 화정2동 나들가게 ‘코스마트’ (왼쪽) 바로 옆집에 롯데슈퍼(오른쪽)가 들어섰다. ⓒ뉴데일리
    ▲ 경기도 고양시 화정2동 나들가게 ‘코스마트’ (왼쪽) 바로 옆집에 롯데슈퍼(오른쪽)가 들어섰다. ⓒ뉴데일리

‘공룡’ 유통업체의 공격을 받은 영세사업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한달전 경기도 고양시 화정2동에 있는 나들가게 ‘코사마트’ 바로 옆집에 롯데슈퍼가 들어섰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SSM이 개점한 것이다. 

코사마트는 중소수퍼마켓 업체들이 유통을 조직화하기 위해 만든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의 브랜드다. 나들가게는 중소기업청이 영세업체를 선정, 디스플레이 등을 개선시켜 마케팅을 도와주며 붙여준 이름이다.

직접 찾아가 본 롯데슈퍼엔 주부 손님들이 쉴 새 없이 계산을 하고 있었다. 개점한지 1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오픈기념세일’도 한창이다. 잘 정리된 제품과 점포 앞 진열대에는 세련된 디자인의 할인포스터가 주부들을 유혹한다. 
 
남선영(44)·장재민(52) 부부가 운영하는 나들가게의 매출은 한달만에 일평균 200만원 수준에서 100만원으로 급감했다. SSM와 경쟁하기 위해 마진을 줄이다보니 마진율도 급격히 떨어졌다. 
  
이 구멍가게를 죽이고 나면 대형슈퍼의 마진율은 차츰 올라갈 것이다. 선영 씨 부부는 아침 9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한다. 하루 꼬박 16시간을 일하지만 요즘 수입으로 계산해 보면 일당은 고작 1인당 5만원 꼴이다. 시급으로 따지면 3천125원 수준
 “롯데슈퍼가 들어온 후로 매출이 반토막 났습니다. 바로 옆에 있으니 어떻게 대응할 방법이 없어요. 남편과 함께 슈퍼를 15년간 운영해 왔습니다. 몇 미터만 떨어져 있어도 타격이 이렇게 심하지 않을 텐데... 직장을 다녔다면 경력이 쌓일수록 봉급이 높아지지만 우리는 일하면 할수록 수익이 줄어드는 실정입니다”
 -남선영 씨

  • ▲ 많은 주부 소비자들은 SSM으로 돌아섰다. ⓒ뉴데일리
    ▲ 많은 주부 소비자들은 SSM으로 돌아섰다. ⓒ뉴데일리


    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마트에서 취급하지 않는 문구용품 판매도 시도해보고 할인품목을 늘려 매장 앞에 진열도 해봤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문가들이 디자인한 할인전단지와 제품전시 노하우를 따라가긴 역부족이었던 것.  

    “단골들이 미안했는지 가끔씩 가게에 들러 SSM 영수증을 보여주며 가격정보를 알려줍니다. 하지만 별로 싸지도 않아요. 우리가 1,000원에 판매하면 SSM은 980원에 판매하는 식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970원 판매한다고 매출이 오를 수 있을까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대형유통업체를 도저히 쫓아 갈수가 없습니다. 저희는 정보력도 떨어지지만 있다고 해도 SSM처럼 발빠른 대응을 할 수가 없네요.

    결국 얼마 전부터 남편은 직장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취업을 해서 일을 하고 퇴근 후에 다시 나와 새벽 1시까지 아내와 함께 슈퍼를 지키는 것이다. 매출은 줄어들고 업무강도는 높아졌다. 

    매출이 줄었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층이 변화했다는 것도 문제 중 하나였다. SSM이 들어서면서 비교적 대량구매를 하던 주부층 소비자들은 SSM에게 뺏기고 학생이나 남성 소비자들만 남았다. 이들은 단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노동력 대비 수익이 낮을 수밖에 없다.  
    “주부들이 많이 돌아섰어요. 이들이 매출을 차지하는 주요 고객층이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구매하는 품목도 중요합니다. 냉장 식품류는 유통기한이 짧아 회전율이 낮아지면 손해를 봅니다. 일례로 어묵은 유통기한이 고작 5일이에요. 처음에는 남은 음식을 집에 가져가 요리해먹기도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반품도 안받아주고요.”  

  • ▲ 주부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학생과 남성소비자들이 주 소비자 층으로 남았다. ⓒ뉴데일리
    ▲ 주부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학생과 남성소비자들이 주 소비자 층으로 남았다.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