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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전남 여수 기름 유출 사고 수습상황을 보면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 하다.
정작 사고를 낸 외국 선사는 슬그머니 뒤로 빠져 있고 사고를 당한 국내 대표적인 정유회사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상황이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 누구도 진실에 다가서려 하지 않고 있다.
더욱 어이없는 일은 기름 유출사고의 실질적인 가해자인 유조선 '우이산호'의 선주사가 사고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선주사인 오션탱커스는 '선박에서 유출된 기름이 없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17일 자사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자신들의 선박에선 '기름 유출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 마치 자신들이 피해를 내지 않은 것처럼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 술 더 떠 피해기업인 GS칼텍스의 책임론만 부각시킨 채 선주사의 이같은 행보엔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미 언론에서 수백 번 거론된 이야기지만 이번 사건은 도선사의 무리한 접안에서 비롯됐다는게 중론이다. 당시 목격자들은 우이산호는 GS칼텍스 부두에 접안하려다 원유가 들어있는 파이프를 파손시켜 기름 오염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분명한 것은 도선사 관리책임은 선박회사에 있으며 해당 선박은 GS칼텍스의 소유도 아니고, GS칼텍스와 직접 운송계약을 체결한 관계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정작 도선사와 선박 관계자, 선박회사를 대상으로 취재한 기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 가관은 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가 "GS칼텍스가 가해자지 왜 1차 피해자냐"면서 당시 윤진숙 장관의 발언에 대해 질타한 바 있다. 이미 언론에서는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지를 다 알고 있는 상황에도 일부 언론사들은 이를 사실로 확정해 호들갑을 떨었다. -
문제는 일방적 여론몰이로 인해 기업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혀 기업경영에 큰 지장이 준다면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이며 또 그 폐해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GS칼텍스는 내수위주 판매방식에서 벗어나 과감한 선제적 투자와 수출선 다변화 등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정유업계의 수출을 주도해 왔다. 지난 2011년 하반기 이후 8분기 동안 석유제품은 수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그렇지 않아도 수출로 쌓은 국제 신인도가 추락할까 걱정하고 있다.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알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정부는 물론 일부 정치인과 언론들도 '마녀사냥식'의 우를 범하지 않나 우려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