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보증 섰는데 빚은 못 갚겠다?…고의 법정관리 의혹황창규 회장 배임 논란 우려 등 명백한 꼬리자르기
  • ▲ KT ENS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가운데, 하나은행 등 피해금융기관들은
    ▲ KT ENS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가운데, 하나은행 등 피해금융기관들은 "소송을 통해서라도 피해를 보상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연합뉴스


    3000억원대 대출 사기 사건을 놓고 은행과 책임 공방을 벌이던 KT의 엔지니어링·솔루션 분야 자회사 KT ENS가 만기가 된 기업어음(CP)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KT ENS는 지난 12일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된 491억원 규모의 CP를 상환하지 못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T ENS의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 하나은행 등 피해 금융기관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최대 피해기관인 하나은행은 "소송을 통해서라도 손해를 배상받겠다"며 벼르고 있다. 

◇ "보증은 섰는데 빚은 못 갚겠고"… 결국 법정관리

문제의 CP는 루마니아에서 진행 중인 태양광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된 것. 루마니아 PF건은 17차례나 롤오버(만기연장)가 이뤄졌으나 이번에는 만기 후 연장을 원하는 투자자가 없어 보증을 선 CP 판매 주관사가 KT에 보증을 선 KT에 상환을 요구했다. 계약상 1차 책임자인 특수목적법인(SPC)이 상환하지 못하면 KT ENS가 지급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KT ENS는 대응할 자금 여유가 없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KT의 자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KT ENS는 지난달 20일에도 453억원의 CP 상환 요청을 받아 자체 자금으로 상환했으나 한달여만에 만기가 돌아온 또 다른 CP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었다.

KT ENS가 만기 어음을 막지 못한 데는 자사 직원이 연루된 사상 최대 대출 사기 사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KT ENS는 자사 직원이 협력업체와 공모해 저지른 대출 사기 사건의 책임을 놓고 은행측과 책임 공방을 벌여왔고, 이 사건 이후 금융권의 대출 기피로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KT ENS측은 "대출 사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구조다. 그래서 계속 차환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사건 이후) 계속되는 보증이행 요구에 기존 투자자 설득과 별도로 신규 투자자 유치, KT에 대한 지원 요청 등을 벌였으나 성사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에 만기가 도래한 CP를 해결한다고 해도 연말까지 2000억원에 가까운 CP 만기가 예정돼 있어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이 시간문제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KT ENS의 지분을 100% 보유한 KT가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하고, 계열사 부당지원 및 배임 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KT ENS측은 모기업인 KT의 지원이 성사되지 못한 이유에 관해 "주관사가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에 대한 담보 확보를 하지 않는 등 일부 사업장에서 미흡한 부분이 발견됐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KT에서 사업성 등을 검토해 결정하려면 최소한 서너달이 걸리는데 시간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강석 KT ENS 대표이사는 간담회에서 "갑작스런 금융권의 투자경색 분위기를 설득하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를 선택, 협력사와 투자자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이번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최대한 자구 노력을 기울여 협력사와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관리 이후 회생 가능성에 대해 "사업 정상화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자신을 나타냈다. 강 대표는 "루마니아 사업은 2~3년 지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이런 일(대출사기)이 벌어지다 보니 이렇게 됐을 뿐"이라며 "시간만 있다면 사업 정상화, 활성화에 전혀 문제가 없다. 업계서도 우리가 태양광 사업 건설쪽에 전문성이 있다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 보전처분이 내려지며 채무와 채권이 유예된다. 이후 한달 내 법원에서 회생절차가 승인되면 법정관리인 주도로 기업 개선작업이 진행된다.

◇ 불똥 튄 하나은행 등 피해 금융기관 "소송도 불사"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 절차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이 강력히 반발하며 소송 등을 통해 피해액을 회수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KT ENS가 은행에 돈을 물어내지 않기 위해 '꼬리 자르기' 식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은행 등 KT ENS의 납품업체들로부터 대출 사기 피해를 당한 금융사들은 법원이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즉시 모든 채권이 동결돼 은행들이 대출사기 피해액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생긴다.

피해 규모가 가장 큰 하나은행 관계자는 “KT ENS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이와 별개로 KT ENS와 납품업체들로부터 입은 손해에 대해 배상청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234억원의 피해를 본 BS저축은행 등도 법원에 매출채권을 신고하고 KT ENS가 여전히 매출채권의 존재를 부인하면 지급채무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낸다는 방침이다. 

◇ KT 자금지원 결정시 황창규 회장 배임 논란 휩싸일 수도

특히 은행들은 KT ENS의 모회사인 KT가 자금 지원을 할 수 있음에도 이를 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KT가 KT ENS를 지원하게 될 경우 황창규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배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KT ENS가 대출사기와 관련, 피해보상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KT ENS는 이에 대한 배상책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관련 강석 대표는 "(꼬리자르기) 그런 것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강 대표는 KT가 자금지원에 나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 "KT가 자금지원을 하려면 사업성을 검토해야 하는데 이를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데만 3, 4개월이 소요된다"면서 "시간이 촉박해 판단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느 "금융권 채무보증이 올해만 하더라도 1500억원이 넘는데 이 금액을 다 KT에 지원요청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질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