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언장담'으로 잃은 신뢰, 특단의 대책으로 다시 세울 때
  • ▲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취임 1주년이 임박했다. 하지만 각종 금융사고로 고초를 겪고 있어 이 사실 마저 쉬쉬해야 할 분위기다. ⓒ 이종현 사진기자
    ▲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취임 1주년이 임박했다. 하지만 각종 금융사고로 고초를 겪고 있어 이 사실 마저 쉬쉬해야 할 분위기다. ⓒ 이종현 사진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씁쓸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동양사태, 카드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금융사고를 만나 고초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론에 시달리면서 취임 1주년이라는 사실 마저 쉬쉬해야 할 처지다.

신 위원장은 지난해 3월22일 임명됐다. 연초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았다. 신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의 르네상스를 꼭 만들자며 격려해 어깨가 무겁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 자회사 매각을 순조롭게 풀어내며 우리은행 매각까지 내달릴 기세였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과 창조금융 지원에도 의욕을 보였다. 

연말에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사석에서 "임기를 모두 채우는 금융위원장이 되고 싶다"고 발언했을 정도다.

그러나 올해 1월 터진 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주말과 설 연휴도 반납한 채 두 달 넘게 대책 마련에 온 힘을 쏟았지만 이런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 지난 14일 개인정보 2차 유출 소식이 전해진 탓이다. "2차 유출로 인한 피해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그는 한 순간에 거짓말쟁이가 되고 말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그에게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신제윤 책임론'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막지도 못하고, 2차 유출이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발언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2차 유출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신 위원장은 '직접적인 금전적 피해가 없으면 된 것 아니냐'는 식의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진정 불안해 하는 것은 불특정 다수가 내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이용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전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쾌할 뿐만 아니라 공포로 느낀다. 금융당국 수장이 이 같은 부분을 전혀 고려하거나 배려하지 않는 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취임 1주기를 맞은 신 위원장의 최대 과제는 '신뢰 회복'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당국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신 위원장도 최근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업권별 협회장, 정책금융기관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금융이 될 수 있도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 위원장이 자신의 바람대로 '임기를 모두 채우는 금융위원장'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권에서는 소비자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강화, 위기 대응 시스템 강화 등을 구체적 방안으로 꼽고 있다.

특단의 대책 없이 이대로 계속 간다면, 신 위원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언으로 덮는 행위를 반복하고, 그럴수록 문제가 더욱 확대되는 '피노키오'같은 존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