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방지·국제회계기준 책임지는 중책 맡아"사태 책임 피하기 위한 '면죄부'" 의혹도
  • ▲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FATF 의장·IFRS 이사에 선임됐다. ⓒ 연합뉴스
    ▲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FATF 의장·IFRS 이사에 선임됐다. ⓒ 연합뉴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한 국제기구(FATF) 의장이 됐다. 대한민국이 이 기구 의장국에 오른데 따른 것이다. 
또 우리나라가 국제회계기준(IFRS)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IFRS 감독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선임됨으로써, 신 위원장은 이 기구 이사도 함께 맡게 됐다.

◇ 국제기구 의장·이사 선임… 금융강국 위상 높아져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4일 파리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본부에서 개최된 FATF 총회에서 신 위원장이 제27기 의장에 선임됐다고 11일 밝혔다.
 
FATF는 유엔 협약과 유엔 안보리 결의 관련 금융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1989년 설립된 자금세탁방지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다. 자금 세탁·테러 자금 조달 방지 분야 국제 규범을 제정하고, 각국의 규범 이행 현황을 평가·감독한다.
 
그동안 FATF는 미국·캐나다·영국 등 주요 선진국이 의장을 사실상 독점해 왔다. 이번 의장국 선임은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홍콩에 이어 세 번째다.

신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직 유지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 7월부터 1년간 의장 임무를 수행한다. 의장국은 총회와 운영위원회를 소집하고 논의를 주도하며 대외적으로 FATF를 대표한다.

앞서 1월 28일 열린 IFRS 감독이사회에서는 우리나라가 영구 상임이사국에 선임됐다. 이에 따라 신 위원장이 이사가 됐다.

2009년 2월 설립된 IFRS 감독이사회는 IFRS 재단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등 운영과 의사 결정을 총괄하는 국제회계 관련 최상위 의결기구다.

IASB는 IFRS 관련 쟁점을 정리하는 실무기구이고, IFRS 재단은 IASB 이사를 선임하고 관련 재원을 마련하는 기관이다.

IFRS 감독이사회는 미국·호주·EU·일본·말레이시아 등 5개국으로 상임이사국이 구성됐으나, 이번에 브라질과 함께 우리나라를 추가 선출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월부터 상임이사 임기를 시작했으며, 앞으로 다른 6개 이사국과 함께 국제 회계 분야의 감독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FATF 의장국 및 IFRS 감독이사회 상임이사국 선임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거둔 자금세탁방지 및 회계 분야 정책 성과와 높아진 국가 위상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 "사퇴 압력 피하기 위한 면죄부?"… 의혹의 눈초리도

신 위원장이 국제기구 의장과 이사에 연이어 선임된 것과 관련, 금융권 일각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신 위원장은 최근 연이어 터진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야당 등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국제기구 의장을 맡음으로써 면죄부를 손에 쥐게 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한 인사는 "대한민국이 금융 관련 국제기구의 의장국이 됐다고 해서, 그 국가 금융당국 수장이 당연히 의장 자리에 앉는 것은 아니다"며 "신 위원장을 의장으로 추천한 정부는 그를 사퇴시킬 의사가 없고, 이를 수락한 신 위원장 역시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과 관련, 금융위 측은 완강히 부인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직 유지 여부와 관계없이 FATF 의장직을 수행하게 된다"며 "정부가 신 위원장을 의장으로 추천한 것은 G20회의 주재 등 국제규모 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경험을 고려했기 때문이고, FATF 운영위원회가 이를 수락한 것 역시 신 위원장을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FATF 의장 임명은 금융위원장의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된 것이므로 금융위원장 거취 문제와 연결시키지 말라는 것이 금융위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