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편중 해소위해 입찰로 전환했지만불리한 평가조건에 진입 사실상 어려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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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세점 사업의 대기업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에 면허를 갱신해주던 관행을 바꿔 입찰로 전환했지만 일부 평가항목이 기존 사업자에게 유리한 구조로 돼 있어 사실상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신규업체엔 사실상 '넘을 수 없는 벽'인 셈이다.

    16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최근 서울·제주지역 시내면세점 특허신청 공고를 내고 새로운 사업자 공모에 나섰다.

    이번 입찰 대상 서울지역 시내면세점과 제주지역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그동안 신라면세점이 갖고 있었다. 장충동에 있는 서울 시내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8천700억원, 제주 시내면세점 매출액도 3천억원이 넘을 정도로 알짜다.

    그러나 최근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거나 신규진입을 추진중인 업체들은 이번 입찰을 사실상 포기했다.

    불리한 평가 조건 진입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특허신청자 평가 항목 중에는 ▲ 유통업 경력 ▲ 지역사회 공헌 활동 ▲ 신청기업의 최근 매출액 중 해당지역 매출 비중 등이 있다.

    그런데 신규업체는 유통업 경력이 없는 경우도 있어 불리하다. 지역사회 공헌 활동이나 해당지역 매출도 신규 진출 사업자에게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항목이다.

    매장 부지 확보는 신규 업체에 더 불리한 조건이다. 입찰 공고후 신청 마감까지 불과 2개월 사이에 3천300㎡ 이상 규모의 매장 부지를 구하거나 최소한 가계약이라도 해야하고 상세 운영계획서도 내야 한다.

    한 후발업체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가 운영하던 매장을 빌려 사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사업자로 선정될지 여부도 불투명한데 단기간에 대규모 매장 부지 계약을 해야한다는 조건을 수용할 사업자는 없을 것이다"라며 "이런 규정이 면세점 특허의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후발업체들은 사실상 신규업체의 진입이 불가능한 형식적인 입찰 대신 사업성이 있는 서울과 제주에도 신규로 시내 면세점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0년 제주와 코엑스에 시내 면세점을 허가해준 후 10여년간 서울과 제주시내 면세점 신규 허가가 단 한건도 없었다"며 "중국인을 중심으로 관광객 수가 크게 늘어나고, 면세점 수요도 증가한 만큼 추가로 시내 면세점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