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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증·개축 사업을 놓고 신라호텔과 롯데호텔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신라호텔 내 면세점 확대를 둘러싸고 두 호텔 간의 치열한 물밑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호텔이 서울시에 지난 3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장충동 호텔을 증·개축 하겠다고 심의 신청을 했음에도 보류 결정이 난데에는 롯데호텔의 '견제'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호텔 관계자들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을 찾아다니며 장충동 신라호텔을 증축하면 안 되는 이유를 떠들고 다닌다는 의혹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롯데호텔 관계자는 험담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면세점과 호텔 이용 고객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롯데호텔 측에서 신라면세점을 견제하거나 갈등을 빚을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롯데면세점 역시 펄쩍 뛰었다. "우리가 신라호텔이 진행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된다"면서 "국내에서 '견제'하는 단계도 지났다. 현재 우리는 해외진출이 가장 큰 화두기 때문에 우리끼리 소모전 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방해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재 국내면세점시장 점유율도 롯데가 신라보다 높지만 우리는 늘 '신라를 이겼다'는 표현조차 쓰지를 않는다"며 "그만큼 자극적인 부분은 조심하는 상황인데 말도 안 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신라호텔과 롯데호텔이 벌이는 신경전 의혹의 배경에는 중국인 관광객 특수가 주요 안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 측의 설명이다. 최근 국내면세점 업계는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 특수로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면세점 주력 고객인 일본인 관광객과 중국인 관광객은 작년 보다 각각 21.8%, 22.7%씩 증가했다.
롯데호텔의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의 경우 지난해보다 매출이 19.64% 늘었고, 롯데월드는 18.5% 증가했다. 장충동의 신라호텔 면세점은 지난해 11.2% 늘어난 1조 9018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85.7%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정부가 신규 면세점 허가를 해줄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시장점유율 총합이 60% 미만으로 제한하는 관세법 시행규칙을 마련하면서 두 기업은 신규 면세점 진출이 어려워졌다. 국내 면세점 시장의 점유율에서 롯데와 신라는 각각 52.1%와 30.7%. 이 둘의 시장점유율을 서로 합하면 80%가 넘어선다.
따라서 롯데와 신라가 기존 면세 사업장을 확장하는 것 외에는 지금 같은 호황기를 활용할 대안이 없으며, 업계는 롯데면세점 측에서 신라호텔 장충점이 증축하면 신라면세점에 밀릴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 기업의 신경전은 장충동 지역 외 제주도 지역의 면세점 증축에서도 내비쳤다. 제주도의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매출신장률은 각각 59.2%, 56.3%에 달한다. 제주지역 외국인면세점 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가 제주시에 면세점 개설을 추진하는데 이어 호텔신라는 면세점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신라호텔은 장충동 면세점 증축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해 호텔사업 부문 매출액이 전체의 11.5%에 그쳤기 때문에 호텔을 신·증축해 호텔 사업 부문을 키우고 '효자'인 면세점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라호텔은 호텔 내 기존 면세점과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4층 규모의 전통호텔 양식의 비즈니스 호텔신축과 함께 면세점을 지하 6층 지상 4층으로 대폭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신라호텔 측은 증·개축사업의 진행단계만 이야기 할 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문화재 자문위원회의 자문을 받고 오라는 지시에 현재 준비 중에 있을 뿐"이라며 "최근 일부 언론사 관계자들로부터 불미스러운 소식을 접했으나 전혀 알지 못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업계는 신라호텔이 장충동 신라호텔 증개축의 서울시 도시계획심의 공식신청을 오는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이후로 미룰 것이라 보고 있다. 신라호텔이 출마 예상자들을 대상으로 호텔 증개축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어필할 것이며,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롭게 구성이 되면 공식 신청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