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쟁의행위 손해배상 판결의 문제점' 토론경총 "사법부, 불법쟁의 엄정한 책임 물어야"2010~2012 현대차 비정규직 불법 공장 점거형사재판 유죄에도 法 "손해배상 책임면제"학계 "위법한 쟁의행위 비용, 명백한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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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부가 불법쟁의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불법쟁의로 발생한 손해는 근로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손해배상제도의 목적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9일 ‘불법쟁의행위 손해배상 판결의 문제점’ 토론회를 열고 지난 2010~2012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불법적으로 공장을 점거해 생산차질이 발생한 사건들과 관련, 최근 사법부가 내린 판결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 경제가 외환 위기에 준하는 경제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최근 사법부의 노사관계 관련 판결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며 “사법부가 불법쟁의행위에 대해 다른 불법행위와 차이를 두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총에 따르면 올해 기업의 96.9%는 외환위기보다 심하거나 이에 준하는 경제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11년 만에 기존 판결을 뒤집고 통상임금 고정성 요건을 폐기하면서 기업들은 예상치도 못했던 인건비 부담도 떠안게 됐다.

    이 부회장은 “최근 법원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불법적으로 공장을 점거해 생산차질이 발생한 사건에서 부족한 생산량을 회복했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해 산업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극단적인 불법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생산차질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노조의 불법쟁의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012년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의장 라인 등 일부를 점거했고, 이에 현대차는 불법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쟁의 참여 조합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현대차 측 일부 승소로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2023년 6월 파업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을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했다. 부산고등법원은 최근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소위 ‘노란봉투법’ 개정 논의가 재연되고 있다”며 “이러한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기보다 그 주요 원인인 사업장 점거 같은 극단적인 불법행위 관행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에서 발제를 맡은 성대규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법원의 판결에 대해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해 조업이 중단된 시간 동안 헛되이 지출된 고정비용은 그 쟁의행위가 종료된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고, 바로 그 고정비용이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해 사용자가 헛되이 지출한 고정비용은 근로자와의 근로관계에서 ‘간접 사실’이 아닌 ‘직접 사실’”이라며 “회사의 추가생산 등을 통해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가 회복됐다는 법원의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범위를 정하도록 했다”며 “이는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종국적으로 각 개별 조합원의 과실 비율에 대한 증명책임을 피해자인 사용자에게 전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져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김영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회는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 김봉수 대구가톨릭대 법학과 교수,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참여해 불법쟁의행위 손해배상 판결의 문제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