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급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
6일 동안 싸게 판 금액 불법 보조금 주장, 방통위 "선후 관계 볼 것"

  • "처음 출고가 인하를 두고 팬택과 구두로 합의했었다. 방통위에서도 알고 있다."

    팬택과 진행했던 베가 시크릿업 출고가 인하 협상과 관련, LG유플러스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출고가 인하로 팬택이 부담하게 되는 차액(재고보상금)은 천천히 갚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팬택이 원하는 새로운 단말기 선구매 물량에 대해서는 기존에 있던 15만대의 재고를 우선 판 이후 사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LG유플러스가 '팬택 살리기' 명목으로 발표했던 베가 시크릿업 출고가 인하는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동안 판매된 제품을 놓고 '불법 보조금'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협상 결렬의 배경에는 당사자들이 아닌 제3자가 개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G유플러스와 출고가 인하 협상 결렬 사실에 대해 팬택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초반부터 사실상 통보받은 형태라 당황했었다. 사후 협상을 진행하려 했지만 우리가 가장 원했던 제품 선구매 조건을 합의하지 못 했다"고 설명했다. 

    팬택은 이번 협상에서 출고가 인하로 발생하게 되는 차액(재고보상금) 관련 논의와 함께 새로운 단말기를 구매해 줄것을 LG유플러스 측에 요구해왔다. 

    LG유플러스가 베가 시크릿업 출고가 인하 발표를 했던 지난 18일, 팬택 관계자는 "우리가 가장 원하는 부분은 재고보상금에 대한 조율보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선구매에 대한 부분이 더 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LG유플러스 측은 이번 협상 결렬이 단순히 팬택과 자사 간의 문제만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LG유플러스 고위관계자는 "이번 협상이 결렬된 핵심적 이유에는 SK텔레콤이 있었다"며 "팬택에게 LG유플러스의 선구매 물량을 우리가 다 사줄테니 LG유플러스와의 출고가 인하 계약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LG유플러스는 최신 모델인 갤럭시S5가 86만원대로 출시되자 이보다 10만원 이상 비싼 팬택 제품에 대해 3월말부터 출고가 인하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팬택은 악화된 경영 상황 타개를 위해 이달에도 제품 5만대 선구매를 요청해왔고, LG유플러스는 팬택 재고물량 총 15만대 (이중 베가 시크릿업은 8만4000대)에 달하므로 출고가 인하를 통해기존 물량을 판매한 이후 그만큼 추가 구매하겠다고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는 "출고가 인하 전에는 300여 대 수준으로 크게 반응이 없었지만 가격을 내리자 하루에 2400대 씩 팔리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급하게 어음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오자 선구매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재고 보상금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협상이 결렬된 데에는 SK텔레콤 측의 방해가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SK텔레콤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LG유플러스 측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엄정한 사업정지 기간 중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출고가 인하는 제조사 측에서 선택하는 일인데 LG유플러스가 독단적으로 진행하고 협상이 결렬되니 이렇게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팬택과 협의하지 못 해 결렬 된 일을 왜 우리 탓으로 돌리느냐"며 "사업정지로 다 어려운 상황에서 타사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항의했다.



◆협상 끝.. 출고가 인하 금액은 보조금?

당초 LG유플러스는 출고가 인하 계획을 발표하며 95만4800원인 베가 시크릿업을 59만95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이 결렬되자 일각에서는 그동안 LG유플러스가 인하한 35만5300원이 불법 보조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가 상한선으로 제시한 27만원 보다 8만원이 넘는 금액인 만큼 불법 보조금이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 관계자는  "양사간 구두로 합의한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일반적으로 출고가 인하는 구두로 이뤄지는 것이 관행이나 당초 출고가 인하와 관련해 논란이 있어 계약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LG유플러스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며 "확인 절차 이후 조사 여부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팬택은 오는 27일부터 영업을 재개하는 KT의 출고가 인하 협상에 대해서는 "아직 진행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