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3조6천억원 역대급 유증에 주주 원성…21일 주가 14% 폭락 중 삼성SDI도 유증 발표…현대차證 등 대기업 계열사 대형 유증 지속연내 상법개정 가능성에 의사결정 서두르나…"주주 주머니 턴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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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키로 하면서 주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삼성SDI가 2조원대 유상증자 발표로 뭇매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결정이다. 최근 상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두 회사의 증자 방식과 시기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방위산업과 조선해양 거점 확충 등에 투자하겠다며 3조6000억원 규모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증시 역대 유증 가운데 최대 규모다.방산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유럽, 중동, 호주, 미국 등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해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장갑차, 탄약 등 차세대 핵심 제품군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1조6000억원은 현지 공장 설립에, 9000억원은 국내 추진장약(MCS) 스마트 팩토리 시설 등에 투자할 방침이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양호한 영업현금 흐름에도 대규모 유상증자를 선택했다는 점에 투자자들은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42% 급증한 11조4200억원, 영업이익은 191% 급증한 1조731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률은 15.4%,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9677억원을 보유했다.특히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5년치 매출 이상의 수주잔고(61조9146억원)와 높은 신용등급, 해외 수출 비중 50%에 달하는 만큼 향후 벌어들일 수익으로 3조6000억원은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이와 관련 회사 측은 방산·해양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공격적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회삿돈으로 투자 대금을 마련하는 대신 개인 투자자 주머니를 턴다는 날 선 비판이 나온다. 이번 유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통상 주주들에게 비율로 신주를 넘기는 방식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특히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지난 18일 종가 기준 신고가(75만3000원)를 기록하며 비싸질 대로 비싸진 상태에서 결정된 유증이라는 점에서 원성이 높다.석연치 않은 대규모 유상증자에 투자 심리는 곧장 얼어붙고 있다. 전일 72만2000원에 정규장 거래를 마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유증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하한가인 65만원까지 내려갔다. 21일 오전 9시20분 현재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 대비 13.57% 급락한 62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주사 한화와 한화오션 주가 역시 같은 시각 각각 9.79%, 4.81% 내리고 있다.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중동 방산 현지화 및 JV, 미국 전투함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 당위성은 공감하지만 자금조달 방식이 아쉽다"며 투자 의견과 목표 주가를 각각 '보유'와 7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 주주는 "돈을 잘 벌어서 주가가 올랐는데 실컷 번 돈으로 한화오션 지분 매입에 1조원 넘게 사용하고, 이제 돈 없다면서 주주들 호주머니를 털려고 3조6000억원을 내놓으라고 한다"면서 "주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상법개정 전 잇단 대기업 대형 유상증자투자자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하는 대기업 계열사의 대형 유상증자는 최근 들어 잇따르고 있다.대표적인 게 삼성SDI다. 이 회사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시설투자 자금 확충을 위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식수는 1182만1000주, 증자 비율은 16.8%다. 삼성SDI도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삼성SDI는 확보된 자금을 미국 GM JV(합작법인) 투자를 비롯해 헝가리 생산능력 확대 및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 투자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지난 19일 삼성SDI의 정기 주주총회는 최근 단행된 유상증자와 관련해 주주들의 격한 고성이 쏟아졌다. 유상증자 발표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삼성SDI의 주가는 지난 17일 52주 신저가(18만6800원)를 경신했다.현대차증권도 지난 연말 시가총액(공시일 기준)의 72%에 해당하는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밀어붙였다.현대차증권은 자본금 1938억원에 순자산(자본총계)이 그 6.5배인 1조2699억원, 배당하지 않고 쌓아둔 이익잉여금도 5934억원에 이른다. 자금을 두둑히 쌓아둔 회사가 배당을 늘리기는 커녕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 피를 빨아먹는다는 비판이 나왔다.이 회사 주가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유증 발표일부터 지난 20일까지 현대차증권의 주가는 34% 급락했다.시장에선 소액 주주 보호 등을 위한 목적으로 한 상법 개정을 앞두고 기업들이 개정된 상법의 적용을 피하려고 의사 결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공교롭게도 삼성SDI의 유상증자 공시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튿날 이뤄졌다.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대주주가 강행하는 중복 상장이나 소액주주에게 부담을 주는 유상증자도 억제될 수 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돼 주주들은 의사 결정을 내린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연내 상법 개정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개정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지만 개인투자자 수가 1500만명에 이른 만큼 상법 개정에 대한 상당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전망"이라면서 "차기 대선 공약으로 상법 개정이 채택될 전망이다. 올해 상법 개정 가능성은 그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압축 성장을 통한 경제 성장의 시대는 저물었다"며 "경영권은 경영 능력 검증과 도전의 대상이지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