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1호, 탁월한 표정연기, 신명나는 음악으로 재해석
  • 허세와 교만으로 가득 찬 한양 양반 ‘배비장’이 제주에 내려왔다. 배비장은 사또 환영식에서 조차 어울리지 않고 기생들과 어울리는 다른 비장들을 꾸짖었다. 제주 사또는 色과 거리를 두는 배비장을 골탕 먹이려 '3D' 입체 작전을 계획한다. 그렇게 제주미색 애랑, 배비장을 모시던 방자, 그리고 사또까지 ‘배비장 골탕 먹이기 프로젝트’ 팀이 이뤄진다. 

조선시대 풍자문학의 대표작 배비장전은 당시 지배층이었던 양반들의 위선과 인간 본연의 욕망을 빗대는 웃음과 해학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를 정동극장의 대표 브랜드 MISO에서 한국 전통의 춤사위, 장단과 선율, 민속놀이가 함께 어우러진 예술극으로 새롭게 옷을 입혔다.

이번 공연은 대사보다는 배우들의 표정과 음악이 주 요소다. 입장객 중 80%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위해서 배려한 듯 보인다. 하지만 스토리 전달에는 걸림돌이 전혀 없다. 배우들의 익살스런 표정과 연기, 흥겨운 춤사위와 음악은 외국인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모든 배우들은 대사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기생들의 도도한 표정과 교태 가득한 춤사위는 관객들조차도 그녀들의 유혹에 넘어갈 정도로 인상적이다. 배비장 역시 양반의 교만함에서 色에 혼이 빠진 표정변화는 양반의 이중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폭포수에서 목욕하는 애랑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해 그녀의 흔적을 찾아 폭포를 헤치고 땅을 구르는 배비장의 모습에선 해학이 넘친다.

  • 무대 연출 역시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였다. 무대 위 다양한 배경들과 제주로 향하는 배의 모습, 애랑의 미모에 대한 묘사를 돌하르방과 말 분장을 한 사내들의 군무로 연출해낸 장면이 탁월하다. 또한 현대적 요소인 ‘말춤’을 접목해 현재와 과거를 거리낌 없이 교차한다. 이런 다양한 연출, 음악 등이 소설과는 다른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 또한 극을 관통하는 사물놀이 패의 경쾌한 음악은 관객들이 절로 박수 치게 만든다. 4명이 이뤄내는 음악을 통해 한국 특유의 흥겨움이 새삼 느껴진다. 모든 음악을 현장에서 라이브로 연주해 관객들의 귀까지 즐겁게 해준다. 이렇게 우리의 전통 춤과 풍물, 기악, 창이 역동적이고 흥겹게 아울러지게 했다. 배우들의 호연과 장면마다 긴장감을 높이는 음악, 해악 넘치는 탄탄한 스토리가 70분만이라는 시간이 단숨에 지나간다. 

    2014 정동극장 배비장전은 전통춤과 음악을 1차원적인 무용극에서 벗어난 종합 공연이다. 한국 특유의 문화와 극 전체를 관통하는 드라마의 완결성은 ‘과거의 것’은 고루하다는 편견을 가진 관객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게끔 하는 공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