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중수부' 첫 칼 빼들자… "불똥 튈라" 전전긍긍"청해진해운 관계사 망하기 전에"… 대출금 조기회수 움직임도
  • ▲ 금융당국이 청해진해운 및 관계사에 대출해준 모든 금융사로 점검 범위를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시중은행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 정상윤 사진기자
    ▲ 금융당국이 청해진해운 및 관계사에 대출해준 모든 금융사로 점검 범위를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시중은행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 정상윤 사진기자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청해진해운 및 관계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시중은행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청해진해운 관련사에 돈을 대출해준 모든 금융사로 점검을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5대 금융지주(우리·KB·신한·하나·NH농협) 계열 은행 모두가 청해진해운 관계사에 적게는 3억원에서 많게는 300억 이상 대출 거래가 있는 터라, 금융당국의 점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청해진해운 관계사들에 대한 문제점이 연일 보도됨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금 회수 문제를 놓고도 골치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도산 등으로 부실대출이 되기 전에 빌려준 돈을 빨리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래저래 은행들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여객선 세월호 참사 이후 유병언 전 회장 일가의 문제점이 계속 제기되자 대출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관련된 모든 대출 금융회사를 점검하기로 했다.

이번 점검은 금감원이 '금융권의 중수부'인 기획검사국을 신설한 이래 처음으로 칼을 빼든 형국이다. 금감원은 기획검사국 지휘 아래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기로 해 청해진해운과 관련된 금융사들에 대해 대규모 제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대출금 회수 가능성이 없는데도 돈을 대출해준 일부 정황이 포착되는 등 곳곳에서 부실 대출 가능성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기획검사국 주관으로 청해진해운 등에 대한 대출 규모가 가장 많은 산업은행·경남은행·기업은행·우리은행에 대해 25일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기획검사국은 28일 직제 개편을 통해 공식으로 발족했지만 세월호 사태가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공식 발족 전에 일반은행검사국과 특별은행검사국 검사역을 투입한 것이다.

상호금융검사국이 맡고 있던 유병언 전 회장 등에 대한 신용협동조합 현장 검사 등도 모두 기획검사국으로 이관됐다. 이는 기획검사국으로 모든 인력과 자원을 집중해 유병언 전 회장 일가와 청해진해운을 둘러싼 금융권 비리 가능성을 발본색원하라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긴급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 점검 범위가 이들 4개 은행과 10여개 신협 뿐만 아니라 유병언 전 회장 일가와 청해진해운 관계사에 돈을 빌려준 나머지 은행과 저축은행·캐피탈사·보험사 등으로 확대된다.

청해진해운 관계사의 금융권 차입은 산업은행(508억원), 기업은행(376억원), 우리은행(311억원), 경남은행(306억원)이 가장 많다. 하나은행(63억원), 신한은행(33억원), 국민은행(12억원), 외환은행(10억원), 대구은행(6억원), 전북은행(4억원), 농협(3억원), 더케이저축은행(25억원), 현대커머셜(18억원), LIG손해보험(1억원)도 대출 금융사다.

이 밖에 6개 신협도 청해진해운 관계사에 금전을 대출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출입기자들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신협은 소규모 금융기관으로, 개별 기관명이 언론에 직접 노출될 경우 '뱅크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해진해운 관계사는 부동산 매입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권과 신용협동조합 등에서 돈을 빌려 차입금 의존도가 6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금융공기업인 기업은행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이들 회사들에 대해 전체 차입금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저금리로 빌려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어떤 금융사가 특별히 문제가 많은지 적발해낸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다.

이처럼 금감원에서 전 방위 점검에 나서자 관련 금융사들은 바짝 몸을 낮춘 채 긴장하고 있다. 자칫 '금융권 중수부'의 첫 번째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근무자는 "청해진해운 대출과 관련해 선박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을 포함한 충분한 담보를 확보했기에 별문제는 없다"면서도 "어쨌든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일부 금융사에서는 청해진해운 관계사들에게 대출한 금전을 조기에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산 등으로 인해 금전 회수가 어렵게 되기 전에 미리 받아놓겠다는 것이다. 대출 심사를 엄격히 해 내달 도래하는 대출금에 대해 만기 연장을 하지 않는 금융사가 대부분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문제 많은 업체라고 연일 보도되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돈을 떼이기 전에 빨리 회수하려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