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2.4나노 공정 개발 포기 가능성”‘3나노 수율 부진·구형 수요 감소’ 원인연내 2나노 양산·고객사 확보 집중할 듯
-
-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승부처로 불린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개발을 포기하고, 2나노 수율 개선에 집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낮은 3나노 수율과 시장 점유율 하락, 투자 축소 등이 맞물리며 단기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전략 전환에 나설 것이란 주장이다.17일 해외 커뮤니티와 IT팁스터(정보유출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했던 1.4나노(SF1.4) 공정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1.4나노는 삼성전자가 지난 2022년 파운드리 포럼에서 처음 언급한 초미세 선단 공정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로드맵을 선보인 바 있다. 회사는 지난해 6월 파운드리 포럼에서도 이 같은 계획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목표한 성능과 수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1.4나노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을 앞지를 수 있는 삼성 파운드리의 승부처로 불려왔다. 현재 5나노 이하 파운드리 양산은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만 가능한데,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적용해 3나노 양산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정 수율을 확보하지 못해 TSMC와 격차가 벌어진 상태다. 이에 1.4나노 양산을 빠르게 달성하는 경우 벌어진 격차를 줄이고 파운드리 패권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왔다.몇 개월 새 급변한 분위기 배경으로는 3나노 수율 부진과 구형(레거시) 5나노·7나노 수요 부진이 거론된다.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 공정의 낮은 수율로 인해 갤럭시 S25에 자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500 탑재가 불발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3나노 1세대 수율을 50~60%, 3나노 2세대 수율을 30%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율이 낮다 보니 대형 고객사 상당수도 TSMC로 이탈한 상황이다.그 결과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사업부는 지난해에만 연간 5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파운드리사업부 실적만 따로 집계되지는 않지만, 증권가에서는 약 4조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 2조원 수준이었던 영업손실이 1년 만에 배로 늘어난 셈이다.시장 점유율 또한 더욱 벌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1%로 직전 분기대비 2.4%포인트(p) 늘었지만,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9.1%에서 8.1%로 1%p하락했다. 3분기 55.6%p였던 양사의 격차는 4분기 59%p로 확대됐다.아울러 구형(레거시) 5나노·7나노의 경우 화웨이와 SMIC 등 중국업체들이 공격적 가격을 내세워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어 삼성전자의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1.4나노 공정 개발 대신 2나노 수율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 2나노 양산을 위한 수율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고 TSMC와 비슷한 시기 대량 수주를 따내겠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2나노 수율은 20~30% 수준으로 알려진다.올해 새롭게 취임한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도 첫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2나노 공정 수율의 획기적인 개선에 주력하겠다”며 “내년(2025년)에 가시적인 턴어라운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최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점도 1.4나노 공정 대신 2나노 공정 수율 개선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초미세 선단 공정에는 대규모 투자가 병행돼야 하는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 적자 등으로 투자 축소를 공식화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 파운드리 설비투자 예산을 5조원 규모로 보고 있다. 작년 10조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업계 관계자는 “선단 공정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대신 2나노 기술 경쟁력과 수주 확보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차세대 공정으로 가면 또 다시 기술 격차가 벌어질 수 있어 중장기적 투자를 줄이는 게 긍정적인 방향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