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분양단지 7곳 중 3곳 0% 경쟁률…대구·대전 등 지방3월 지방 공급물량 전년比 2배 늘어…분양일정 연기로 추후 물량↑"하반기 연기된 분양물량 풀리고 대출규제 강화되면 미분양 늘 것"
  • ▲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아파트 분양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중견·중소건설사를 넘어 대형건설사 아파트도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분양일정을 늦추고 있는 상황이라 추후 미분양 적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지방 건설사 줄도산과 건설 생태계 붕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2순위청약을 받은 분양단지 31곳 중 8곳이 상위 20대 건설사가 시공한 현장이다. 이 가운데 조합원 취소분 물량을 제외한 7곳 중 3곳이 0%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경쟁률이 0%대라는 것은 모집가구보다 청약신청이 적게 들어오면서 경쟁률이 1대 1을 밑돌았다는 의미다. 

    해당 현장은 모두 지방에 위치해 있으며 세부적으로 보면 △e편한세상 동대구역 센텀스퀘어 △대전 롯데캐슬 더퍼스트 △안동 용상 하늘채 리버스카이로 대구, 대전, 안동 지역이었다.

    지난해에도 대형건설사들은 지방 분양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본지가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지방에 분양된 아파트단지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총 172곳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대형건설사 공급물량은 68곳(39.53%)이었으며 완판을 기록한 현장은 17곳(25%)에 불과했다.

    이처럼 대형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도 지방에서 부진을 겪는 가운데 이달 지방 공급물량이 전년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건설사의 고민이 깊어는 상황이다.

    부동산R114가 집계한 내용을 보면 3월 전국에서 2만7418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수도권 분양 물량은 1만2417가구, 지방은 1만5001가구다. 

    특히 지방 분양 예정 물량은 전년 동월(7135가구) 대비 2배가량 많다. 지역별로는 △부산(3766가구) △충남(3001가구) △경남(2638가구) 등의 순으로 분양 물량이 많다.

    문제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분양시장에도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한 가운데 '최대한 시점을 늦추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건설사들이 분양일정을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후 쌓여있던 분양 예정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도 미분양이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최근 분양일정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분양이 예정된 아파트 중 실제 분양한 실적이 10가구 중 4가구에 불과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예정 물량 총 1만2676가구 중 분양이 이뤄진 단지는 총 5385가구로 공급 실적률은 42%에 불과했다. 
  • ▲ 분양아파트 견본주택내 설치된 단지모형도. ⓒ뉴데일리DB
    ▲ 분양아파트 견본주택내 설치된 단지모형도. ⓒ뉴데일리DB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경기침체, 대출규제 영향도 있고 탄핵정국으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이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뒤 분양하려는 것이 최근 업계 분위기로 하반기 늦췄던 분양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흥행하는 단지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 또한 "분양시장이 활발했던 2020년~2022년과 비교해 절대적인 물량 자체가 줄었다"며 "공사비 상승, 경기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사업성도 예전만 못해서 적극적인 분양을 나서기엔 부담스럽고 미분양에 따른 리스크도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올해 신동아건설 등 7개 건설사가 급증한 미분양에 대출상환에 차질이 생겨 법정관리에 들어갔는데 하반기 분양물량이 더 풀리고 7월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되면 시장이 더 경직될 가능성이 높아 더 많은 기업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당분간 건설사들이 분양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 정책이 발표되었으나 시장 전반의 수요 위축을 단기간에 반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며 "여전히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수요자들의 청약 심리는 위축된 상태이며 건설사들 역시 신중한 분양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사비 급등과 지방 미분양 문제가 계속되면서 중견 건설사의 법정관리 신청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중견·중소건설사들이 겪는 위기의 핵심은 '지방 미분양' 문제다"며 "지방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한 확실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부채비율 400%가 넘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